[노무사 칼럼] 대구·경북 지역의 소음성난청 산재 처리 지연, 멀어지고만 있는 산재보상의 길

칼럼 / 손종혁 노무사 / 2026-07-29 16:06:21

 

[매일안전신문] 2024년 기준 ‘소음성난청’ 질병으로 산재 승인된 건수는 총 6,073건이다. 이는 6년 전 약 1,400건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앞으로도 당분간 소음성난청 관련 산재 신청과 그에 따른 제반 업무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근로복지공단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공단은 전반적인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소음성난청 질병에 대해서는 각 지역본부 산하에 ‘전담 TF팀’을 구성해 2026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소음성난청 전담 TF팀이 구성됨에 따라 업무의 일원화를 도모하고, 해당 상병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담당자들이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소음성난청 업무처리 속도는 아직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소음성난청’이라는 업무상 질병의 특수한 산재 처리 절차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바로 세 차례에 걸쳐 시행되는 ‘청력검사 특별진찰’ 제도 때문이다.

현재 소음성난청 상병이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령에서 정한 순음청력검사를 3회 이상 실시해 최소 가청역치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해당 청력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인력 및 시설 기준상 ‘종합병원’ 이상급 의료기관 또는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 진찰을 실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산재 신청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시간이 갈수록 특별진찰을 기다리는, 이른바 ‘적체 재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경북권역 재해자들의 경우 절대 다수가 대구광역시 내 위치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또는 대학병원을 통해 청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의 경우, 산재 의뢰 후 특별진찰을 대기 중인 인원이 2026년 5월 말 기준 약 2,700명에 이르고 있다. 병원의 월간 청력검사 가능 인원이 약 130~150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산재를 신청하고도 1년 6개월 정도를 사실상 아무런 절차가 진행되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 대구 지역에서 청력검사 특별진찰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은 총 다섯 곳(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중 정상적으로 특별진찰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사실상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부 병원은 ‘이비인후과 전문의 부재’ 또는 ‘해외연수’ 등을 이유로 아예 청력검사 의뢰를 받지 않고 있으며,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진료와 검사 일정 간격이 1년 이상 벌어지는 등 사실상 파행적인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대구·경북 지역의 난청 재해자들은 특별진찰 의뢰 이후 결과가 회신되기까지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2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역시 최대한의 인력과 시설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계속 증가하는 재해자들에 대한 청력검사를 원활히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기관들의 보다 전향적인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대구 지역 의료기관들은 저마다 비전과 핵심가치, 병원 소개 등을 통해 ‘환자 중심 진료’ 또는 ‘사회와 함께하는 병원’을 표방하고 있다. 지역 내 잠재적 산재 환자들에 대한 조치, 즉 특별진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의료기관 스스로 내세우는 가치를 실천하는 일인 동시에, 해당 의료기관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 단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보다 선제적으로 나서 상급종합병원들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런 절차도 진행되지 못한 채 ‘대기기간’으로만 흘러가는 1~2년의 시간이, 업무상 질병으로 고통받는 재해근로자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가 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무법인 더보상 손종혁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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