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명절마다 반복되는 고부·장서 갈등,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는 이유

칼럼 / 송영림 변호사 / 2025-10-02 18:00:11

매년 명절 직후 이혼 상담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겉으로는 화목하게 웃으며 가족들과 덕담을 나누는 자리지만, 그 이면에서는 오래된 갈등이 드러나고 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고부 갈등과 장서 갈등은 명절을 기점으로 폭발하기 쉬운 문제로, 그로 인해 혼인 관계 자체가 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25년 추석은 하루 연차만 쓰면 최장 10일간의 연휴가 가능해진다. 누군가에겐 기다려온 쉼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도망치고 싶은 시간일 수 있다. 며느리는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음식 준비와 시댁 방문,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부담에 시달리고, 사위는 장모의 잦은 간섭과 비교, 조롱 섞인 언행에 고통을 겪는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명절 하루이틀 사이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감정이 쌓이다가, 명절이 도화선이 되면서 끝내 이혼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법적으로 명절 고부·장서 갈등이 이혼 사유로 인정되기 위해선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댁에서 서운한 말을 들었다거나, 장모가 무례하게 굴었다는 이유만으로는 법원이 이혼을 쉽게 인용하지 않는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여섯 가지로 정하고 있는데, 그중 고부 갈등, 장서 갈등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조항은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제3호)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제6호)다.


법원은 혼인 관계의 파탄 여부를 매우 신중하게 판단한다. 단순한 말다툼이나 감정의 충돌만으로는 파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절을 중심으로 반복된 고부 갈등이 수년간 이어졌고, 배우자가 이를 방치해 부부 신뢰 관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면 이는 명백히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 배우자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오히려 친가 편을 일방적으로 드는 모습을 보였다면, 법원이 이혼 사유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혼이 인정되면 위자료 청구 문제도 뒤따른다. 고부 갈등, 장서 갈등의 원인이 배우자의 가족에게 있더라도, 위자료 책임은 배우자에게 귀속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는 자신의 직계존속을 제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배우자 보호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책임이 발생한다. 다만 시어머니나 장모와 같은 직계존속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그들의 직접적인 불법행위, 즉 반복적인 욕설, 폭언, 모욕 등이 있었음을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해야만 가능하다.


재산분할은 별개다. 명절 갈등이 이혼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해서 재산분할에서 불이익이나 특별한 혜택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재산을 공동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절 이혼을 고려할 때는 위자료 문제와 별도로 재산 형성 경위, 기여도, 유책 여부 등을 세심하게 따져야 한다.


이혼을 진행할 때에는 감정보다 사실이 우선되어야 한다. “힘들었다”는 감정의 호소만으로는 이혼이 성립되지 않는다. 시댁의 언행을 기록한 문자, 녹음, 증인의 진술, 진료기록 등 구체적인 증거들이 혼인 파탄의 경과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법원은 갈등 그 자체보다 그 갈등을 배우자가 어떻게 다뤘는지, 부부 간 신뢰가 얼마나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무너졌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삼는다.


명절 갈등은 단순히 하루이틀의 스트레스 문제가 아니다. 이는 오랜 시간 쌓여온 정서적 학대와 불평등 구조가 드러나는 계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방관한 배우자의 태도는 법적으로도 비난받을 수 있다.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리하고, 그동안 있었던 갈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이혼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황이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정리해 나갈 수 있을지를 차분히 검토해야 한다.

/석률법률사무소 송영림 대구이혼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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