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명동의 올리브영이나 무신사 매장 근처를 걷다 보면, 요즘 외국인들이 휴대전화를 삼각대에 세워두고 한국 제품을 소개하는 실시간 방송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중국어로 제품 이름과 가격을 설명하고, “그 제품 지금 재고 있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오면 색상과 사이즈, 재고까지 직접 확인해 줍니다. 얼핏 보면 단순한 관광객의 쇼핑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인기 상품을 해외 소비자와 연결하는 작은 라이브커머스 현장에 가깝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서울의 실제 매장 앞에서 직접 방송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도 한국 제품을 쉽게 살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지금 한국에서 실제로 팔리는 상품”을 직접 보고 싶어 합니다. 사진 속 제품이 아니라 서울 매장에 진열된 실제 물건인지, 색감과 질감은 어떤지, 원하는 사이즈와 재고가 남아 있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라이브 방송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이것이 진짜 한국의 오늘”이라는 신뢰를 보여주는 장면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라이브커머스가 실시간 구매와 채팅 참여를 결합한 방식이며, 중국에서는 5년 안에 주요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고 2020년 조사에서 중국 소비자 3분의 2가 전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을 구매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제 그 소비문화가 한국 거리와 연결되고 있는 셈입니다.
한때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쇼핑 목록은 마스크팩과 김, 라면 같은 기념품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화장품을 넘어 가방과 액세서리, 속옷과 운동화, 그리고 서울의 젊은 세대가 실제로 입는 로컬 브랜드 의류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을 ‘기억하기 위한 물건’에서, 한국의 감각을 자신의 일상 속으로 가져가기 위한 소비로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1~9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패션 결제 건수는 전년보다 23.4% 증가했습니다. 특히 언더웨어(59.1%), 액세서리(33%), 스포츠웨어(32.8%) 증가폭이 컸습니다. 단순한 유명 브랜드 소비를 넘어,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입고 사용하는 생활형 패션에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의미입니다.
백화점과 패션업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납니다. 현대백화점은 2026년 1분기 외국인 패션 매출이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고 밝혔고, 무신사 역시 성수·홍대 매장에서 중국인 고객 거래액이 급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외 소비자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금 서울에서 실제로 유행하는 감각’입니다. 값비싼 로고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젊은 세대가 실제로 입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동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명동이 중심이었다면, 이제 성수동은 K패션과 서울의 취향을 직접 경험하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브랜드 쇼룸과 팝업스토어가 이어진 골목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의 분위기와 취향을 함께 경험합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외국인 패션 결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성수동으로 전년보다 650% 증가했습니다. 성수동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사는 장소가 아니라 서울의 유행을 경험하는 거대한 쇼룸처럼 기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문구나 완구류에까지 이러한 흐름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서도 외국인 방문객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어로 대화하며 캐릭터 상품과 장난감, 문구류를 고르는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티니핑이나 핑크퐁 같은 한국 캐릭터 상품도 해외 소비자들의 쇼핑 목록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관련 자료에서는 외국인 카드 결제 건수가 가챠샵 142%, 문구류 48.7%, 서점 39.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류 소비가 이제는 드라마와 무대 위 스타를 넘어 일상의 작은 취향과 생활 소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생각해 보면 한류의 시작은 늘 화면 속에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 배우가 입은 옷, 아이돌의 공항 패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음식과 말투가 먼저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팬들의 관심은 ‘보는 콘텐츠’를 넘어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모습’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니트와 후드티, 연습실 영상 속 운동화와 가방은 해외 팬들에게 “나도 따라 입을 수 있는 한국”으로 다가옵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해외한류실태조사 역시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합니다. K팝과 드라마를 넘어 패션과 캐릭터, 생활문화 소비까지 한류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백 안에는 단순한 물건 몇 가지가 아니라, 한국의 감각을 자신의 일상으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한류의 다음 페이지는 거대한 공연장보다 명동 거리의 라이브 방송 화면과 성수동 골목의 쇼핑백 속에서 조용히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류는 이제 화면 밖으로 걸어 나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국은 오늘도 다시 소비되고, 다시 기억되고, 다시 입혀지고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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