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연말연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든 야권 단일화를 이뤄내야 서울시장을 탈환할 수 있기 때문에 대권 주자로 평가받는 오유안(오세훈·유승민·안철수)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선수를 쳤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안 대표에게 “야권 단일화를 위해 간곡히 제안하고자 한다. 국민의힘으로 들어와달라. 합당을 결단해주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오 전 시장은 “그러면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안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야권 단일화가 국민의힘 주도로 진행되지 않는 리스크를 막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제시한 셈이다. 여러 언론들은 “조건부 출사표”라고 규정했다. 정치사에서 매우 드문 사례다. 즉 10명 가까이 되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들이 치열하게 경선을 치러서 1명으로 압축되면 최종적으로 안 대표와 1대 1 단일화 담판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안 대표가 이길 확률이 높다. 그러면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자 보수진영에서 가장 큰 세력임에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당 후보를 내지 못 하게 된다. 뒤로 밀려나는 것이다.
사실 오 전 시장은 작년 하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시장 보다는 대선 직행에 뜻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연말연시 오유안 차출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 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바람에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승리를 내줬다는 원죄론이 그의 발목을 잡을 듯 했지만 그보다 오유안 차출론이 더 거세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직행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래서 오 전 시장은 연말연시 기간 동안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사표를 낸 김선동 전 사무총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이혜훈 전 의원에 이어 고심을 거듭하는 나경원 전 의원까지 모두 만났다. 사실상 사전 단일화 작업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여진다.
오 전 시장은 안 대표 개인의 입당도 좋지만 최선은 합당이라고 말했다. 성사만 된다면 안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오 전 시장은 “양당의 화학적 결합만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양대 선거 특히 대선의 승리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것”이라며 “입당이나 합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는 출마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제1야당 국민의힘으로서는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임을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피력했다.
비슷한 상황이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펼쳐졌었다. 박 전 시장은 당시 오랜 산행을 하는 와중에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고 안 대표는 그때 50%의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었지만 박 전 시장에게 양보 의사를 표했다. 박 전 시장은 그 이후 도장깨기 하듯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 등과 단일화에 성공했다. 그렇게 범야권 시민사회 단일 후보 자격을 얻은 박 전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거머쥐었고 3선 가도를 달렸다. 그 당시 민주당은 워낙 세력이 약화된 상황이라 그랬을지 몰라도 제1야당의 지위를 포기하고 야권 단일화라는 대의에 순응했다. 오 전 시장은 국민의힘이 그렇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안 대표에게 엄청난 협상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오 전 시장은 “당선일로부터 바로 시정의 큰 줄기와 세세한 디테일을 함께 장악하여 일에 착수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서 선거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나 오세훈은 당내 경선으로 선택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어떤 도움도 마다하지 않겠다. 이번 제안에 나 오세훈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없다. 오로지 야권의 역사적 소명인 야권 단일화가 중심에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17일까지 안 대표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며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오 전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발표한 일정은 오는 18일부터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17일까지는 안철수 후보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그 자체보다도 그 이후 치러지는 다음 대선에서의 야권 분열이 더 걱정되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 지금 안 대표가 구상하는 형태의 단일화가 반드시 대선에서의 야권 단일화를 담보할 수 없다. 자칫 이번 보선의 어설픈 단일화가 그 다음 치러지는 대선에서 야권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했다. / 박효영 기자
[ⓒ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