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 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떠날 줄은 몰랐어요"
응급실이나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허망하게 내뱉는 말 중 하나다. 평소 큰 지병 없이 성실하게 일하던 직장인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다. 병명은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이른바 '뇌·심혈관계질환'이다. 대부분 이를 '갑작스러운 비극'이라 부르지만, 과연 정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 불행일까?
의학적으로 뇌·심혈관계질환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하지만 산업재해의 관점에서 볼 때, 직장인에게 발생하는 뇌·심혈관 질환의 기저에는 '만성적인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라는 시한폭탄이 자리 잡고 있다. 즉,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쓰러지기 직전까지 임계점을 향해 몸이 망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피로와 통증으로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납기일, 실적 압박, 부족한 인력이라는 업무 환경이 그 신호를 강제로 묵살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 비극이 발생한 이후에 유가족들이 마주해야 하는 두 번째 절망, 바로 '산업재해(산재) 인정의 높은 벽'이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뇌·심혈관계질환 산재 인정 기준은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또는 발병 전 4주 동안 64시간)을 초과하는 '만성 과로'나,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발생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 등을 주요 지표로 삼는다. 겉보기에는 명확해 보이지만, 현실은 퍽퍽하기 그지없다.
출퇴근 기록이 명확한 사무직이나 대기업 노동자는 그나마 다행이다. 포괄임금제에 묶여 기록조차 남지 않는 야근, 퇴근 후에도 메신저로 쏟아지는 업무 지시, 프리랜서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 시간'은 산재 심사 과정에서 깐깐한 입증 책임의 대상이 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유가족은 고인이 얼마나 뼈 빠지게 일했는지를 영수증과 메신저 기록을 뒤져가며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과로는 개인의 건강 관리 실패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폭력이다.“
기업들은 종종 평소 고인에게 고혈압이나 당뇨, 음주 습관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개인 질환'으로 책임을 돌리려 한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그 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방아쇠가 '과로'였다면 이는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자 산업재해다.
이제는 뇌·심혈관계질환 과로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열심히 일하다 생긴 안타까운 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 시스템의 붕괴'임을 직시해야 한다.
'과로 사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산재 인정 기준의 유연화와 입증 책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아가, 노동자의 '쉴 권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법적인 선언을 넘어 현장의 상식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어제도 묵묵히 야근을 견뎌낸 누군가의 땀방울이, 내일의 차가운 부고장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방어벽을 높여야 할 때다. 더 이상 "어제도 멀쩡히 출근했는데"라는 허망한 눈물은 없어야 한다.
/법무법인 더보상 고다원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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