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장애인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의 장애 유형과 정도, 의사소통 방식,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전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형사사건이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의 진술을 일률적으로 해석하거나, 반대로 외관상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가능성을 가볍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장애의 특성과 구체적인 행위, 당사자 사이의 관계를 함께 검토해야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장애인성폭력은 적용되는 법률과 범행 유형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진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따르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강간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유사강간 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죄를 범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법정 요건에 따른 벌금형이 규정돼 있다.
장애로 인해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에도 별도의 처벌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이때는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성립을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당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는지, 행위자가 그 상태를 이용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도 장애의 특성과 피해자의 상태, 행위자와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다.
가해자가 장애인의 보호·교육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의 장이나 종사자로서 보호·감독 대상인 장애인에게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처벌이 가중될 수도 있다. 성폭력처벌법에서는 해당 범죄에 정해진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위 법정형은 법률이 정한 처벌 범위이지, 모든 사건에서 실제로 선고되는 형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구체적인 처벌은 인정된 범죄 유형과 범행 경위, 증거관계, 가중·감경 사유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장애인성폭력 사건에서는 혐의의 명칭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어떤 구성요건이 적용되는지와 그 요건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무엇인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또한 실제 수사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을 어떻게 확보하고 평가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경우, 이를 곧바로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대법원 역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주요 내용의 구체성과 일관성, 객관적 정황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대로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진술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생략할 수도 없다. 진술의 주요 내용과 일관성,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사건 전후의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장애인성폭력 사건은 장애의 유무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적용되는 법률의 구성요건을 먼저 확인하고 당사자의 의사소통 특성과 사건 전후의 객관적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초기 진술이 확보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지원이 적절하게 제공됐는지, 진술 내용이 다른 증거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살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이태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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