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산재보험은 건강한 근로자만을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

칼럼 / 최진원 변호사 / 2026-08-06 10:09:30

 

[매일안전신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제5조 제1호는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때, 업무상 질병, 특히 근골격계 질환은 반드시 업무로 인해 새롭게 발생한 질병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근로자에게 업무와 무관한 기존 질병이 존재하였더라도, 신체 부담 업무로 인해 해당 질병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3] 제2호 나목이 명시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해당 규정은 ‘신체 부담 업무로 인해 기존 질병이 악화되었음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역시 일관되게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하였던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46155 판결 등).

실제 하급심 판결에서도 이러한 법리는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아래 판결에서 원고는 과거 교통사고로 인하여 우측 무릎에 연골하조직 손상이 있었는데, 재판부는 이후 수행한 업무와 업무상 사고로 인해 손상된 연골조직이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보고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다(광주고등법원 2018. 6. 11. 선고 (전주)2016누1597 판결).

또한, 다른 유사 사건의 원고 역시 선천적으로 원판형 반월상 연골을 가지고 있었으나, 해당 사건의 재판부는 원고가 그런 상태에서 무릎 부위에 부담이 되는 작업을 계속하여 오면서 그 부위의 퇴행성 병변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보면서, 업무와 상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다(울산지방법원 2013. 2. 6. 선고 2012구합137 판결).
이러한 판례들은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을 보여준다.

첫째, 업무가 질병의 유일한 원인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현실의 질병은 개인의 기초 질병, 기존 질병, 노화, 생활 습관, 선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업무가 기존 질환의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증명되기만 한다면, 다른 원인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막연하게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둘째, 상당인과관계 판단은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대법원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근로자의 건강 상태와 신체 조건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등). 즉, 근로자에게 선천적 취약성이나 기존 질환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산재보상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러한 신체 조건을 가진 상태에서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업무가 질환의 악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현실에는 기존 질병이나 신체적 취약성을 가진 상태에서도 생계를 위해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과 같이 반복적·누적적 신체 부담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업무로 인해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기존질병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를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를 수행하기 전 건강했던 노동자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한 몸으로도 노동을 이어가는 현실의 근로자까지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더보상 최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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