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모르는 돈 입금 후 반환 요구...직접 송금했다간 보이스피싱 연루될 수도

칼럼 / 황근주 변호사 / 2026-09-10 08:00:19

 

[매일안전신문] 어느 날 본인 계좌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들어온 뒤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했다”며 다른 계좌로 반환해 달라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다. 단순한 착오송금으로 생각해 요청에 응하기 쉽지만, 돈을 보낸 계좌가 아닌 제3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돌려주면 보이스피싱 자금 전달 과정에 연루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범죄 조직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제3자의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한 뒤 계좌 명의인에게 착오송금이라고 속여 자신들이 지정한 계좌로 재이체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계좌 명의인은 자신도 모르게 범죄수익의 이동 경로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모르는 돈을 반환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방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형사책임이 인정되려면 범죄를 돕는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적어도 그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행위를 했다는 점 등이 구체적으로 판단돼야 한다. 송금 경위와 반환 요청 내용, 상대방과의 대화, 반환 계좌의 명의, 금융기관에 확인했는지 여부 등이 주요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입금자와 다른 명의의 계좌로 보내달라고 하거나 현금 인출, 상품권 구매, 가상자산 전환 등을 요구한다면 정상적인 착오송금 반환 방식인지 의심해야 한다. 상대방이 반환을 재촉하더라도 직접 송금하지 말고 거래 금융회사 고객센터에 신고해 공식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는 지급정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해당 명의인의 전자금융거래도 제한돼 일상적인 금융생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금융기관의 모든 계좌와 카드 결제 등이 예외 없이 즉시 정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실제 제한 범위는 적용된 조치와 금융회사 판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액을 고의로 입금한 뒤 지급정지를 유도하고 해제를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이른바 ‘통장묶기’ 피해도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상대방에게 합의금이나 해제 비용을 보내지 말고 경찰과 금융회사에 신고해야 한다. 협박성 메시지와 통화 기록, 입금 내역도 삭제하지 말고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좌가 지급정지된 경우 명의인은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이나 입금된 돈을 정당한 권원으로 취득했다는 점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해 금융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이의제기는 지급정지일부터 채권소멸절차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가능하며, 이의제기신청서와 신분증 사본, 소명자료 등을 해당 금융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때 입금 전후의 문자와 메신저 대화, 통화 기록, 계좌 거래내역, 금융회사에 신고한 내역 등은 중요한 자료가 된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은 경우에도 단순히 “몰랐다”고 진술하는 데 그치지 말고 돈이 입금된 경위와 반환 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 관련 계좌나 이미 지급정지된 계좌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의심스러운 돈이 입금됐다면 예금보험공사에 바로 신청하기보다 우선 해당 금융회사와 경찰에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

착오송금을 가장한 보이스피싱에 연루되면 형사수사와 금융거래 제한, 피해자의 민사상 반환 또는 손해배상 청구가 동시에 문제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상대방이 지정한 계좌로 돈을 직접 보내지 않는 것이다. 이미 재이체했거나 계좌가 정지됐다면 관련 자료를 보존한 뒤 형사·금융·민사상 쟁점을 함께 검토해 대응해야 한다.

/법무법인 로엘 황근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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