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부수지 않아도 처벌받는다? 일상 속에서 쉽게 연루되는 재물손괴죄의 함정

칼럼 / 이원화 변호사 / 2026-08-23 08:00:46

 

[매일안전신문] "물건을 직접 부수거나 완전히 망가뜨려야만 죄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법정에서 다뤄지는 재물손괴죄의 범위는 우리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다. 주차 시비 끝에 상대방 차량을 꼼짝 못하게 가로막는 이른바 보복 주차나 건물 외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기는 행위, 심지어는 타인의 물건을 일시적으로 제 위치에서 치워 원래 용도대로 쓰지 못하게 만드는 행위까지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굳이 물리적으로 형태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더라도, 물건의 본래 효용을 떨어뜨렸다면 형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 성립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기서 '효용을 해한다'는 개념은 물리적인 파손뿐만 아니라 사실상 혹은 감정상으로 그 물건을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까지 폭넓게 인정된다. 이 때문에 층간소음 갈등, 주차 공간 다툼, 혹은 감정이 격해진 술자리 등에서 우발적으로 상대방의 물건을 건드렸다가 순식간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는 이웃 간의 갈등이나 소소한 시비 끝에 감정을 참지 못하고 상대방의 물건을 홧김에 발로 차거나 밀치는 행동이 곧바로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들은 대개 "물건값을 물어주면 그만 아니냐"며 안일하게 대처하곤 하지만, 시가를 물어주고 배상했다고 해서 형사 절차가 저절로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재물손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이기에, 결국 형사 처벌을 피하려면 피해자와의 진정한 합의와 처벌불원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막상 합의를 시도하려 들면 현실은 훨씬 더 험난하다. 이미 감정이 쌓일 대로 쌓여 폭발한 피해자 입장에서 단순한 물건값 변상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으며 괘씸죄를 물어 터무니없이 높은 액수의 합의금을 요구하기 일쑤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 역시 자존심이 상해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기 쉽다. 결국 양측이 팽팽한 자존심 싸움으로 치달아 대화의 문이 닫히면, 합의는커녕 오히려 반성 없는 태도로 여겨져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더 큰 문제는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객관적인 정황 앞에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블랙박스나 CCTV, 스마트폰 영상 등 현장 기록이 명확하게 남는 요즘 환경에서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밀쳤을 뿐 파손할 의도는 없었다"는 변명만으로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수사기관은 행위 당시의 전후 상황과 물건의 손상 정도, 파손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행동에 나아갔는지 고의성을 따져 물을 뿐, 가해자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손괴죄 고소를 당했다면 지금의 대응이 향후 결과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사건의 면면을 꼼꼼하게 짚어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지금 본인이 처한 상황을 법관이나 수사기관의 시선에서 차분하게 살펴보고 대응해야 찰나의 감정이 빚어낸 실수가 전과라는 낙인으로 남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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