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대 다수 대통령이 취임 8개월 이내에 대형 인명사고를 겪었다는 점은 결코 단순한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정권 초기 반복되는 참사는 대한민국 안전관리체계의 구조적 결함을 보여주는 신호다.
● 윤석열 정부(2022.5.10. 취임) 이태원 압사 참사 (취임 5개월 후 10월 29일, 159명 사망)
● 문재인 정부(2017.5.10. 취임) 제천 화재·밀양 병원 화재 (취임 7~8개월 후 12월 21일, 다음해 2월 26일, 총 80명 사망)
● 이명박 정부(2008.2.25. 취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당선 1개월 후 1월 7일, 40명 사망)
● 노무현 정부(2003.2.25. 취임) 대구 지하철 화재 (당선 2개월 후 2월 18일, 192명 사망)
● 김대중 정부(1998.2.25. 취임) 지리산 폭우 (취임 5개월 후 7월 31일, 113명 사망)
● 김영삼 정부(1993.2.25. 취임) 서해 훼리호 침몰 (취임 7개월 후 10월 10일, 292명 사망)
● 박근혜 정부(2013.2.25. 취임) 세월호 참사 (취임 14개월 후 다음해 4월 16일, 299명 사망)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공백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정권 교체기 리스크’를 말해준다. 새 정부 출범 직후에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전반의 행정력이 약화되며, 위기 대응체계도 일시적 공백 상태에 놓인다. 이 시기 대통령과 참모진이 안전 문제에 얼마나 민감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참사의 규모가 결정된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것이 ‘참사’로 비화되는 것은 결국 대응 리더십의 문제다. 대통령이 안전을 국가 운영의 핵심 가치로 삼지 않는 한, 재난 대응은 항상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도적 대응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대통령실 내에 ‘국민생활안전비서관’ 신설이 필요하다. 외교, 통일, 경제 분야에는 상시적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만, 재난과 안전 분야는 여전히 각 부처에 분산되어 통합 전략 기능이 미흡하다. 예방 중심의 안전정책을 기획·조정할 전담 조직이 절실하다.
다음으로 ‘정부 차원의 안전 전문부처’ 신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재 안전 업무는 국토부, 행안부, 소방청, 경찰청 등으로 나뉘어 있어, 재난 발생 시 일관된 대응과 지휘가 어렵다. 이태원 참사 당시 골든타임 상실,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또한 공공부문 주요 안전 관련 기관장 및 공기업 기관장 인사에 있어 ‘현장경험 우선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권이나 행정 관료 중심의 인사가 이어지는 한, 위기 대응은 보고와 책임 회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안전 분야의 핵심 역량은 이론이 아닌 현장 기반의 판단과 실천력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러한 대책들을 뒷받침할 ‘디지털 국가안전 플랫폼’ 구축도 시급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위험예측시스템이 이제는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재난 대응 체계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어, 신속한 대응과 사전 예방이 어렵다.
결국 새롭게 나타나는 신종 대형 사고는 ‘시스템’과 ‘리더십’의 문제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정의 어느 위치에 두느냐, 정부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체계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는 달라진다.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이 참사로 이어질지 여부는 정부의 몫이 된다.
더 이상 준비되지 않은 국가 시스템으로 인해 국민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를 잘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다. 이제 안전은 단순한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력과 국가경쟁력의 바로미터임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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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송규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공학박사. 기술사 |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이송규 기술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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