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칼럼] 실외기만 점검해서는 화재를 막을 수 없다

칼럼 / 이송규 안전전문 기자 / 2026-08-14 09:32:34

 

▲ 이송규 매일안전신문 발행인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이송규 기술사·공학박사

 

 

여름철 에어컨 화재를 예방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실외기 점검을 떠올린다. 먼지가 쌓이지 않았는지 살피고 전선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열이 빠져나갈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실외기 자체가 정상이라고 해서 화재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외기 주변에 무엇이 놓여 있고 어떤 환경이 형성돼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사거리 인근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실외기 주변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화재 직후 실외기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실외기가 발화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강남소방서는 다음 날 담배꽁초에서 불이 옮겨붙었을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 상인들은 건물 밖에 쌓여 있던 종이박스 등으로 불이 번졌다고 설명했다. 불은 건물 사이에서 시작돼 외벽을 따라 위층으로 확산됐으며 시민 28명이 대피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정전과 영업 중단 등 피해가 이어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최종 조사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이 화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외기가 최초 발화원이었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작은 불씨라도 주변에 불이 붙기 쉬운 물건이 놓여 있다면 화재로 이어지고 불길이 다른 설비로 확산될 수 있다. 화재 예방의 범위를 실외기 한 대에만 한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실외기 자체 점검은 기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선풍기와 에어컨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2천184건으로 6월부터 8월 사이에 집중됐다. 화재 원인은 전선 눌림이나 훼손 등에 따른 전기적 요인이 가장 많았고 기계적 요인과 사용·설치 부주의가 뒤를 이었다.

 

따라서 에어컨 사용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실외기와 연결된 전선이 벗겨지거나 훼손된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먼지가 쌓였다면 제거하고 실외기가 실내나 별도의 실외기실에 설치된 경우에는 열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 상태도 살펴야 한다. 평소와 다른 소음이나 진동, 타는 냄새가 나타나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설비 상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점검을 끝내서는 안 된다. 실외기 주변에 종이박스나 비닐, 폐기물처럼 불이 붙기 쉬운 물건이 놓여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야 한다. 버려진 담배꽁초나 외부에서 유입된 불씨가 가연물과 만나면 실외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더라도 그 주변에서 화재가 시작될 수 있다. 주변에서 흡연이 반복된다면 담배꽁초가 방치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변 공간을 정리하는 것은 화재 확산을 막는 것뿐 아니라 실외기의 열을 원활하게 배출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특히 여러 대의 실외기가 좁은 공간에 설치돼 있거나 적치물이 통풍을 막고 있다면 실외기에서 발생한 열이 충분히 빠져나가기 어렵다. 가연물을 치우고 열이 배출될 공간을 확보하는 것까지 실외기 안전관리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결국 여름철 실외기 안전관리는 설비 중심의 점검에서 공간 중심의 관리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전선과 기기 상태를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가연물과 불씨가 될 수 있는 요소, 열 배출 환경까지 하나의 공간 안에서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실외기를 제대로 점검하더라도 바로 옆의 위험요인을 그대로 둔다면 충분한 예방이라고 보기 어렵다.

 

화재 예방에서 중요한 것은 최초 발화 지점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불이 시작되고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을 미리 줄이는 일이다. 여름철 실외기를 점검할 때도 기계의 상태를 확인한 뒤 한 걸음 물러서 주변 공간까지 살펴야 한다. 실외기가 깨끗하다고 그 주변까지 안전한 것은 아니다. 화재 예방의 사각지대는 실외기 자체가 아니라 바로 그 옆에 놓여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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