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알츠하이머 악화 조절인자 ‘ERBB4’ 규명…생쥐서 인지기능 개선

최신정책 / 이상훈 기자 / 2026-08-27 09:17:02
흥분성 신경세포 ERBB4 증가가 신경회로·시냅스·교세포 이상 연쇄 촉진
▲ [그림2]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연결하는 공통 조절 인자로서의 흥분성 신경세포[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에서 신경회로 이상과 시냅스 손실, 교세포 반응, 아밀로이드 축적 등 여러 병리의 연쇄적인 진행을 촉진하는 핵심 조절 인자 ‘ERBB4’를 규명했다. ERBB4를 선택적으로 낮춘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에서는 주요 병리와 함께 기억력과 공간인지 능력이 개선돼 새로운 치료 표적의 가능성도 제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정원석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의 신경회로와 시냅스 균형을 무너뜨리고 질병 진행을 악화시키는 ERBB4의 역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신경회로 과흥분과 시냅스 소실, 교세포 염증 반응 등 여러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 연구진은 각각의 병리가 어떤 과정으로 연결되고 서로를 악화시키는지에 주목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천700만명이며,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에서도 아밀로이드 베타는 주요 표적 가운데 하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을 각각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두 치료제는 뇌의 아밀로이드 감소를 목표로 한다.

 

연구팀은 먼저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해마를 분석했다. 그 결과 뇌 회로를 활성화하는 흥분성 신경세포는 지나치게 활성화된 반면 이를 제어하는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는 흥분성 시냅스를 과도하게 제거하면서 억제성 시냅스는 상대적으로 적게 제거해 회로의 불균형을 키웠다.

 

연구진은 단일핵 RNA 시퀀싱 등을 이용해 분자 수준의 원인을 추적했다. 그 결과 정상적인 뇌에서는 주로 억제성 신경세포에서 나타나는 ERBB4 수용체가 알츠하이머병 모델의 특정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세포 집단을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로 명명했다.

 

이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만 선택적으로 제거했다. 과도했던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낮아지고 일부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회복됐다. 교세포의 비정상적인 시냅스 제거와 염증 반응도 줄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면적과 수는 50% 이상 감소했으며 기억력과 공간인지 능력도 개선됐다.

 

반대 실험에서도 ERBB4의 역할이 확인됐다. 정상 생쥐의 일부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 발현을 높이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없는 상태에서도 신경회로 과흥분과 시냅스 불균형, 교세포 반응 증가 등 알츠하이머병에서 관찰되는 주요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ERBB4의 하위 신호인 mTOR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병리 변화가 이어진다는 경로도 확인했다. ERBB4 증가에 따른 변화를 mTOR 신호 조절로 차단한 실험을 통해 ‘ERBB4-mTOR’ 신호축이 여러 병리를 연결하는 경로로 작용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네이처에 공개된 세부 실험에서는 ERBB4 조절 효과의 적용 시점을 넓혀 검증한 결과도 제시됐다. 연구진이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된 8개월령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에서 ERBB4를 제거한 뒤 10개월령에 분석한 결과 교세포의 과도한 반응과 아밀로이드 축적이 감소했다. 질환 초기 단계에서 ERBB4를 제거한 뒤 장기간 관찰한 실험에서도 병리 완화 효과가 이어졌다.

 

또 다른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인 APP/PS1에서도 결과를 재검증했다. 연구진은 7개월령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를 제거한 뒤 10개월령에 행동검사를 실시했으며, 대조군보다 인지 관련 수행능력이 개선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특정 생쥐 모델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별도의 모델에서도 ERBB4의 영향을 확인한 것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자료 분석도 진행됐다. 연구진이 446명의 공개 뇌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 발현이 증가했으며, 발현 정도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 정도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처 논문에서는 사람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 ERBB4와 아밀로이드 병리, 타우 확산, 인지기능 저하의 연관 경로도 검토했다. 다만 사람 자료에서는 동물실험과 달리 ERBB4를 직접 조절한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노화 과정에서 ERBB4 유전자와 단백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파킨슨병과 헌팅턴병, 타우 관련 질환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ERBB4의 변화와 기능을 분석해 여러 퇴행성 뇌질환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치료 표적 가능성을 살필 예정이다.

 

정원석 IBS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증폭 과정을 다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라며 “질병 악순환의 핵심 고리를 표적해 복잡하고 다양한 병리를 동시에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척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실장은 “난치성 질환 극복의 열쇠는 생명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에서 나온다”며 “기초과학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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