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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청 (사진: 매일안전신문DB) |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서울시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기존 주택의 화재 대응 공백을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본격 추진한다. 서울시는 3일 스프링클러 미설치 주택을 대상으로 자동확산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보완형 소방시설 보급, 현장점검 강화, 입주민 교육·홍보, 제도개선을 함께 추진하는 화재안전 종합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서울 주택화재 사망자 116명 전원이 스프링클러가 없는 주택에서 발생했고, 이는 전체 주택화재 사망자 132명의 88%에 해당한다. 서울 전체 주택 약 375만 가구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주택도 약 303만6000가구로 80.9%를 차지한다.
이번 대책의 출발점은 신축 건물과 기존 주택의 여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시 물을 방수해 불길 확산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자동소화설비지만, 이미 지어진 주택에 추가 설치하려면 배관과 급수 여건, 공사 범위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후주택이나 소규모 주택은 구조상 공사가 쉽지 않고 설치비 부담도 적지 않다. 서울시가 이번 대책에서 자동확산소화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기존 주택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서울시는 자동확산소화기가 실물 화재 실험을 통해 초기 소화 효과가 확인된 만큼,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려운 주택의 한계를 보완하는 현실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자동확산소화기는 화재 열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화약제를 자동으로 방출하는 장치다. 물을 배관으로 공급받는 스프링클러와 달리 설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기존 주택 내부에도 적용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서울시는 이 장치가 스프링클러를 완전히 대체하는 설비라기보다, 스프링클러를 바로 설치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초기 화재 대응 공백을 줄이는 보완형 설비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서울시가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모든 기존 주택에 단기간 안에 스프링클러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동확산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같은 장치를 먼저 넓게 보급해 화재 초기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화재안전취약자와 노후 아파트 등 스프링클러 미설치 가구를 대상으로 총 8만8496가구 규모의 시설 보강에 나선다. 돌봄공백 어린이, 홀몸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반지하주택 등을 중심으로 약 2000가구에는 자동확산소화기를 보급하고, 약 4만5000가구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추가 보급할 계획이다. 이는 화재를 더 빨리 감지하고, 초기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스프링클러 미설치 주택의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노후주택에 대한 보강도 병행된다. 서울시는 집수리 지원사업과 연계해 노후주택 약 800가구에 자동확산소화기, 분말소화기, 화재경보기, 가스누출탐지기 등 소방안전장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취약계층과 노후주택 약 3560가구를 대상으로 별도의 자동확산소화기 설치 지원사업도 추진한다. SH 임대주택 약 13만 가구에는 올해 약 3만 가구 설치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자동확산소화기 설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주거용 주방자동소화장치가 없는 약 5만8000가구에는 해당 장치도 순차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스프링클러 계열 설비 확대가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2026년 재개발 임대주택 품질개선사업의 일환으로 3개 단지 704가구에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설치 여건이 확보되는 곳에서는 스프링클러 방식의 설비도 병행하되, 당장 광범위한 적용이 어려운 기존 주택에는 자동확산소화기 같은 보완형 설비를 먼저 확충하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즉, 자동확산소화기는 설치가 비교적 간단한 장점을 활용해 보급 범위를 넓히고, 간이스프링클러는 공사 여건이 되는 주택에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이중 구조다.
현장 점검도 대폭 강화된다. 서울시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 3175단지를 대상으로 화재안전컨설팅, 화재안전조사, 불시단속을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자동확산소화기 설치 권고, 피난·방화시설 관리 상태, 소방안전관리 이행 실태, 옥상 비상문자동개폐장치 작동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한다. 공동주택 자체점검에 대한 표본조사 비율도 확대하고, 공동주택 실태조사 범위에 소방점검 이행 여부를 포함해 관리주체의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 저층주거지에는 모아센터를 지역 안전거점으로 활용해 골목 단위 소화기함 설치와 정기 점검, 시설 관리를 병행하는 생활밀착형 화재예방 체계도 구축한다.
생활권에서의 관리 방식도 바뀐다. 서울시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협의해 임대차 중개 과정에서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 비치 여부, 위치, 수량 등을 확인·설명하도록 하고, 미비한 경우 임대인에게 자동확산소화기 등 소방시설 설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주체를 대상으로는 사례 중심 화재안전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마을 안전리더 양성과 민관 합동 소방훈련도 확대한다. 시설 설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점검·설명·훈련을 일상 관리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제도개선도 함께 추진된다. 서울시는 주택용 자동확산소화기를 주택용 소방시설 범위에 포함하고 관련 기준과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 신축 단독주택에는 간이스프링클러 또는 자동확산소화기 설치를 유도하고, 일정 기준 이상 단독주택에는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향의 기준 마련도 추진하기로 했다. 구축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장기수선충당금 활용 범위를 넓혀 자동확산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 근거를 보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는 기존 주택에서는 자동확산소화기 같은 비교적 간단한 설비를 넓게 확산하고, 여건이 되는 곳에는 스프링클러 계열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번 서울시 대책은 기존 주택의 화재안전을 신축 건물 기준만으로 풀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확산 억제 효과가 큰 설비지만, 기존 주택에서는 설치비와 공사 부담, 구조적 제약이 뒤따른다. 반면 자동확산소화기는 설치가 비교적 간단해 취약계층과 노후주택, 저층주거지에 더 빠르게 보급할 수 있다. 서울시가 보완형 소방시설 보급, 현장 점검, 주민 교육, 제도 정비를 한 묶음으로 내놓은 것도 바로 이런 현실에서 출발한 것이다. 화재 발생 이후 대응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기존 주택의 구조적 취약성을 줄이는 사전 예방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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