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당당함이라는 덫… 군징계위원회의 특수성 이해하고 대책 마련해야

칼럼 / 권상진 대표변호사 / 2026-05-11 11:00:50

 

[매일안전신문] 군 사법 체계의 개편과 병영 문화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군 내부의 징계 절차는 여전히 민간 형사 절차와는 궤를 달리하는 독특한 폐쇄성과 엄격함을 유지하고 있다. '군인사법'에 근거한 군징계위원회는 대상자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지 여부를 떠나, 군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한다.

실무 현장에서 목격되는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나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 당당하게 임하면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피징계자의 막연한 낙관론이다. 민간 사회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비교적 견고하게 작동하지만 군 조직 내에서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나 '성실의무 위반'과 같은 추상적 잣대가 적용될 때 사실관계의 다툼보다 '군 기강에 끼친 악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본인의 결백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능동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채 행하는 당당한 태도는 위원들에게 '반성하지 않는 오만함'으로 비치기 십상이며, 이는 곧 정직, 강등, 혹은 해임에 이르는 중징계로 직결되는 도화선이 된다.

군징계위원회는 징계권자의 명령에 의해 구성되며, 통상 3인 이상 7인 이하의 위원으로 조직된다. 절차는 징계 간사의 사실조사 결과 보고로 시작되어 대상자의 출석 및 심문, 최종 의결 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핵심은 위원회가 대면 심문 중심의 인상 비평적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대상자가 위원회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소한 모순이나 군인으로서의 자세 등은 법리적 판단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서면으로 제출되지 않은 유리한 증거나 정황은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우며 위원회가 가진 징계 사유의 확정 권한은 형사 판결 전이라도 대상자의 유책성을 예단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직업군인에 대한 징계는 크게 중징계(정직, 강등, 해임, 파면)와 경징계(감봉, 근신, 견책)로 구분되며, 각 처분은 신분상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 파면과 해임은 군인 신분을 즉시 상실하게 하며, 특히 파면의 경우 퇴직급여의 50%가 삭감되는 등 경제적 치명타를 가한다. 강등은 계급을 한 단계 내리는 처분으로 직업군인에게는 명예의 실추를 넘어 연령 정년이나 계급 정년에 걸려 강제 전역을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직 또한 해당 기간 중 보수의 3분의 2를 감경함은 물론, 복직 후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누적되어 사실상 상위 계급으로의 진급 경로를 차단한다.

단순한 '견책' 한 번일지라도 직업군인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군 인사 관리 규정상 징계 기록은 일정 기간 인사기록카드에 잔류하며 이는 진급 선발 시 가장 강력한 결격 사유로 작용한다. 더 큰 문제는 징계 이후 뒤따르는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현부심)'다. 일정 수준 이상의 중징계를 받거나 반복적인 징계 처분이 있을 경우, 부대는 해당 인원이 더 이상 군 복무를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강제 전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당당하니까 괜찮다"는 심리적 위안은 법적 실익이 전혀 없다. 군 조직이 요구하는 것은 법적 무죄 이전에 조직 규범에 대한 순응과 입증된 억울함이다. 이를 간과하고 민간의 논리로 대응하는 것은 총기 없이 전장에 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법원 및 고등군사법원의 판례 흐름을 분석해보면, 군징계위원회 결정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비례의 원칙'과 '형평성'이다. 징계권자의 재량권 행사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판단될 때만 법원은 이를 취소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타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사실상 피징계자에게 전도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단순한 훈계 수준으로 끝날 사안도 최근에는 성비위, 갑질, 음주운전 등 이른바 '3대 주요 비위'에 대한 엄벌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일차적인 징계 수위 자체가 상향 평준화되었다. 징계위원 구성원들이 법률 전문가가 아닌 영관급 장교나 부대 간부들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변수다. 이들은 법리적 다툼보다 지휘 의도와 부대 운영의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따라서 위원회 단계에서 논리적인 반박 논거를 서면으로 제출하지 않고 구두 소명에만 의존하는 행위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기도 전에 군 경력을 스스로 단절시키는 악수로 작용한다.

군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처분은 이후 항고심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으나, 1심 격인 부대 징계위에서의 진술 거부나 부실한 대응은 이후 단계에서 결정적인 패착이 된다. 징계 기록에 남겨진 '조사 협조 미흡' 또는 '혐의 부인'이라는 문구는 항고심사위원회에서 감경을 이끌어내기 어렵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된다.

군징계위원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보았다. 침묵은 명예를 지키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며 위원들은 절대 피징계자의 결백을 알아서 입증해주지 않는다. 단순히 ‘안했다’, ‘억울하다’는 주장은 공허하다. 당시의 정황이 군 규정상 어느 지점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는지 소명하고 해당 행위가 군 형법이나 인사법상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을 판례와 규정을 들어 정교하게 입증해야 한다. 논리적인 항변은 결코 ‘하극상’이 아니므로 법적 대응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권상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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