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최근 주거지 선택 기준으로 자연환경이 중요 기준이 되고 있다. 한강변에 즐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조망권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숲세권’, ‘바다 조망권’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최근에 짓는 아파트들은 숲으로, 바닷가로 더욱 바짝 다가서고 있다.
이런 현상에서 마치 욕망을 향해 날아오르는 날개짓이 떠오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미로 동굴을 탈출한 기쁨에 겨워 하늘을 날다가 눈부신 태양 가까이 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어버린 채 하늘 높이높이 날아오른다. 태양에 가까이, 더 가까이. 하지만 날개를 고정하던 밀랍들이 녹아내려면서 이카로스는 끝없이 추락해 파멸을 맞았다.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은 자연회귀의 DNA가 새겨져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딱딱한 콘크리트와 차가운 유리문 안으로 강과 산, 바다를 들여오고 싶은 욕망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인간 본성의 발현일 것이다. 관건은 욕망의 끝없는 추구를 이성이 제어하는 기제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오전 10시경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의 12층 아파트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참사가 일어났다. 약 10초 사이에 12층 건물 일부가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키면서 와르르 주저앉았다. 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다. 26일 현재 사망 5명에 실종자만 156명이다.
1981년 건설된 이 아파트는 해안가에서 10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들어서 있다.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광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플로리다주는 연중 추위가 없어 은퇴자들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안타깝게도 바닷가는 잠시 머물기에 멋진 공간이지만 건축 구조물의 입지로서는 썩 좋지가 않다.
무엇보다 바닷물과 소금기는 구조물에 치명적이다. 해풍이나 풍랑에 의한 소금기의 포말이 수십년간 구조물에 들러붙어 부식을 가져온다.
철이 녹스는 건 산화반응에 의한 현상인데, 산화철로 바뀌면 철의 강도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철금속이 산소와 화합하는 산화반응을 촉진하는 매체가 바로 물과 전해질인 염분(NaCl)이다. 특히 염분은 전자의 이동을 빠르게 하기 때문에 녹이 스는 속도를 더욱더 빠르게 촉진한다.
콘크리트는 원래 강알칼리성이라서 철근에 피막을 형성해서 부식을 막는데, 시간이 지나면 알칼리성이 사라지고 중성화된다. 철근을 보호해주는 기능도 사라져 철근 부식이 시작된다. 철근에 녹이 생기면 체적이 최대 2.5배까지 늘어나면서 팽창압력에 의해 콘크리트에 균열이 발생하고 여기에 다시 물과 산소, 염분이 침투해 더 빠른 노후화를 불러온다.
얼핏 생각하면 바닷가보다 산악지대의 산소 농도가 훨씬 더 높을 듯하다. 실제로는 바닷가 산소 농도가 높다. 산소농도를 측정했더니 광릉수목원 20.3~21.3%, 강원도 산간 평균 21.0%인 데 비해 동해안 21.8%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바다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서식한다. 이 플랑크톤이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다량의 산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바닷가에는 산소와 염분이 풍부하니 산화작용이 활발해 구조물이 내륙에 비해 부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관리재난청(FEMA)’ 지침서에 따르면 해안으로부터 25m 떨어진 곳에서 부식의 속도는 해안에서 250m 떨어진 곳보다 10배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연구팀의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해풍에 의해 전달되는 염분에 따른 부식속도를 거리에 따라 실험한 결과 바닷가에서 25m 떨어진 곳의 부식이 1km 떨어진 곳보다 부식속도가 약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해안가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건축 구조물에 대한 세부적인 안전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은 해안가 별로 부식 정도를 나타내는 부식 지도를 만들어 건설규칙을 세분화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바닷가에 들어선 구조물에 대해서는 도심이나 내륙의 구조물보다 더욱 강화된 안전 기준과 점검이 있어야 한다.
우리 인간의 욕망이 더욱 바닷가로, 바닷가로 다가서고 있는데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우리도 이카로스의 운명을 따를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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