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일 이런 시기에 감기라도 걸려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차가운 날씨에 컨디션이 안 좋아 열이 난다면?
며칠 전 30대 이모(여)씨가 매일안전신문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방역당국에 문의했더니 한창 바빠서이겠지만 너무 성의없었다고 한다. 당시 불안한 목소리였다.
오늘 26일 다시 통화가 이뤄졌다. 목소리가 한층 밝았다. 이제 나아졌다고 한다. 그동안 집에 자가격리를 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네 카페에도 출근해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겪은 내용을 이메일에 담아 보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25개 자치구 보건소장들과 영상회의에서 "보건소가 기존 진료기능을 중단하고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오직 매진해야 한다. 증상이 있건 없건 내 몸이 뭔가 이상해서 선별진료소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모두 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우한 방문자인지, 후베이성 방문자인지, 중국인인지, 신천지 교인인지, 대구를 방문했는지 등을 확인해 진료했는데, 이제 몸에 이상을 느껴 선별진료소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까지 진료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우리의 목표는 의심증상환자들이 병원으로 가서 감염되는 사례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며 "보건소별 진료 및 검체 채취 공간을 적어도 2개 이상 확보할 필요가 있어 적극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씨가 겪은 일은 박 시장의 공언이 허언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다음은 코로나19 의심자가 편집국에 보내온 편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에 사는 30대 주부입니다. 제가 지난주에 겪은 일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키우며 평일에 4시간씩 동네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초 정도에 마른기침이 나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3~4일 후에 너무 어지럽고 속이 매스꺼워서 집에와서 쉬게 되었는데요. 지난 토요일부터 37.5~37.9도까지 열이 나고 두통과 몸살이 있어서 집에서 마스크한 채로 누워서 지냈습니다.
마른기침이 가끔 있었고 미열이 나기 시작하니 코로나가 의심이 되었습니다. 몸살, 두통, 매스꺼움도 함께요. 그래서 토요일 오후 2시경 질병관리본부에 연락을 해서 증상을 얘기하고 검사를 받고 싶다고 전달하니 대구 경북을 다녀왔는지, 특정종교에서 문자를 받은 적이 있는지, 최근 해외다녀온 적이 있는지, 확진자와 접촉이 있었는지를 물어보고 해당되지 않기때문에 동네 내과를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혹시라도 내가 확진이라도 받으면 그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그 병원에 다녀간 환자들은 어떻게 하냐"고 했는데 "지금 선별진료소에 중국인이 많아서 거기가 더 위험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요. 이 상황에서 제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4시쯤 일어나지도 못하고 힘이 들어서 혼자라도 보건소를 가야하는데 택시를 타면서 택시기사분한테도 민폐가 되고 신랑에게 아이들을 맞기고 저는 구급차를 타고 가려 했습니다.
요즘은 다 방역복을 입고 오신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119에 전화를 하니 보건소에서 허락을 해야 갈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보건소를 연결해 줄테니 물어보라고 해서 그대로 물어봤고, 보건소에서는 질본과 같은 답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동네 병원 가는것이 민폐가 아니니 동네 병원 가보시라"고. "지금 검사해야하는 사람들 많아서 온다해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타이레놀 두 알을 먹고 두통이 조금은 나아졌을때 신랑에게 태워다 달라고 해서 집앞 내과를 찾았습니다. 아파서 병원을 가는게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서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을 생각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모든 증상은 감기로 시작해 정확한 병명을 알 수가 없다"라고 하시더라고요. 3일치 약을 처방해 주셔서 저는 진통제를 놔달라고 해서 1시간정도 수액을 맞고 귀가했습니다. 그리고는 열이 떨어지는가 했는데 다시 미열이 지속되었고 어제(화) 밤부터 체온이 잡히더라고요.
그동안 저는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데리고 있으면서 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했었구요.
지금은 나아서 너무 다행이지만 제 증상이 그냥 감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점은, 혹시 몰라 검색해 보니 제 증상과 유사한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근데 증상이 심하지 않으니 그냥 감기려니 하면서도 다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원인을 모르겠다'는 글과 댓글들이었어요.
사실 검사를 해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거니까요. 물론, 지금 모든사람들을 다 검사할 수는 없지만, 대구경북이나 신천지는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해준다고 하는데 증상이 있어도 대구 경북 신천지, 해외여행등이 없으면 검사 기회조차 없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검사하는 곳에서 더 옮을 수 있다는 말도 참으로 무섭고 불안하게 만들더라고요. 높은 열은 아니었지만 요 몇일간 저는 악몽도 많이 꾸고 불안하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끝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정해진 지침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해 줄것 이 아니라 유증상자들은 지침에 있지 않더라도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 주길 바랍니다. 31번 환자도 처음에는 해외이력이 없다하여 검사를 해주지 않았다고 들었었는데 그 때는 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제가 유증상자가 되고 1339와 보건소에 전화를 해보니 정말 저사람의 말이 맞았겠다 싶더라고요. 여튼 다 잘 지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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