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사기죄합의, 전액 변제가 불가능할 때 실형을 피하는 합의 전략

칼럼 / 유한규 변호사 / 2026-07-14 10:40:01

 

[매일안전신문] 사기 혐의로 입건되어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된 피의자들이 가장 절망하는 순간은 '피해 변제' 압박 을 받을 때다. 당장 수중에 피해액 전체를 돌려줄 만한 자금이 없다 보니, "어차피 전액 변제를 못 하니 합의는 물 건너갔고, 실형을 살 수밖에 없겠구나"라며 자포자기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감형을 결정짓는 실무적인 합의 기준을 전혀 모르기에 벌어지는 착각이다. 물론 피 해액을 전부 돌려주고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받아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자금줄이 막힌 피의자에게 그런 여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판부 역시 이러한 현실을 잘 알 고 있기에, 무조건적인 전액 변제만을 합의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피해자의 마음을 돌리고 법원에 자신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 노력'을 증명하느냐 에 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 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기 범죄는 다른 형사 사건에 비해 재판부가 피해 회복 여부를 양형의 가장 핵심적인 지표로 삼는다. 돈을 갚지 않으면 구속이나 실형을 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만약 전액 변제가 어렵다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분할 변제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나중에 돈이 생기면 갚겠다"는 식의 말뿐인 약속은 피해자의 분노만 돋울 뿐이다. 실무적으로는 현재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시금을 먼저 지급하여 합의의 물꼬를 튼 뒤, 나머 지 금액에 대해서는 공증을 동반한 분할 변제 계획서를 작성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여기에 피의자 본인이나 가족 명의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거나, 향후 발생할 급여 채 권에 대해 담보를 제공하는 등 '약속을 어기면 즉시 강제집행을 해도 좋다'는 안전장치를 법적으 로 제공해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피의자가 구속되어 돈을 영영 못 받는 것보다는, 사회 활동 을 하며 조금씩이라도 돈을 갚아나가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하게 만드는 고도의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몰라 합의를 못 할 경우 공탁조차 할 수 없었으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사건번호만으로 합의금을 법원에 맡길 수 있는 '형사공탁'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전액이 아니더라도 정성을 다해 마련한 금액을 공탁하면 법원은 이를 중요한 감형 사유로 참작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공탁금만 걸어두는 대처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피해자의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 어 있는 상태에서 형사재판 직전에 기습적으로 소액의 공탁금을 걸 경우, 피해자가 법원에 "피의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며 엄벌탄원서를 제출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 적인 중재 경험이 있는 조력자를 통해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자와의 소통 채널을 열어두어야 한 다. 피해자의 피해 규모와 감정적 앙금을 계산하여, 공탁을 진행할 타이밍과 합의금을 제시할 적절한 선을 조율하는 것이 실형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유한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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