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광주 아파트 붕괴 직전 영상 ... 안전불감증보다 안전지식이 있어야

산업안전 / 이송규 안전전문 기자 / 2022-01-14 09:13:37
▲ 이송규 매일안전신문 발행인 겸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지난 11일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이후 각 방송국과 인터뷰 등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중 12일 오후 급한 전화를 받았다. 

 

광주 지역 모 방송국의 기자였다. 단독 입수한 아파트 외벽 붕괴 직전의 작업 영상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싶다면서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내줬다.

 

영상을 재생하면서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무너지기 직전 최상층인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 현장이 찍혀 있었다. 영상에는 작업자도 있었다. 그들이 무사히 대피했을지 걱정부터 들었다. 만일 연락 두절된 6명 중 누구라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이 영상은 작업 중 이상을 느낀 작업자가 관리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서는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나면 평평해야 할 콘크리트 면의 중간 부분이 약 10cm 이상 내려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중간으로 가로지르는 거푸집이 끊어지는 듯 '뚝' 소리가 들린다. 이후 시멘트가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철제 자재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도 잠시 들린다. 아마 콘크리트 하부 바닥 면 거푸집이 붕괴하면서 낸 소리 같다. 

 

작업자의 음성도 들린다. "아이 ...", "쏘지 마, 쏘지 마" 이상함을 느껴 작업을 잠시 멈추라는 내용으로 들렸다. 현장 작업자들은 붕괴 초기 징후를 감지했던 것이다.

 

초기 판단이 더욱 빨라 신속히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업자들이 이런 징후들을 붕괴의 전조로 인식하지 못한 건 '안전불감증'이라기 보다 안전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부족한 탓으로 볼 수 있다.

 

'안전불감증'은 어떤 요인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여기는 생각이다. 반면 '안전 지식 결여'는 어떤 요인에 대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해 대응에 바로 나서지 못한다.

 

안전관리자는 안전지식을 갖고 있는만큼 사고가 났다면 안전불감증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작업자는 안전불감증이라기보다 안전지식 부족으로 위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영상에서 거푸집이 무너지는 소리와 잠시 후 다른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 평면의 콘크리트가 흘러내리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곧 붕괴가 발생할 것을 알아차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전불감증은 반드시 없애야 할 구습이다. 그에 앞서 작업자들이 안전 지식을 갖게 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특히 현장 작업자들은 작업능력이 높더라도 안전에 관한 지식까지 갖추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고 현장 영상을 보면 외국인 목소리가 들린다.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콘크리트 파괴는 일반적으로 철근를 포함한 양생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연성파괴(Ductile Fracture)'와 '취성파괴(Brittle Fracture)'로 구분된다. 연성파괴는 엿처럼 점점 늘어나면서 마지막에 파괴되는 현상이고, 취성파괴는 굳은 엿가락이 깨지듯 순간적으로 파괴되는 것이다. 같은 엿이라도 성분에 따라 파괴가 달라지듯 콘크리트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고는 연성파괴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 안전에서 콘크리트 내부에 들어가는 철근이 중요 역할은 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생(養生)'이다. 즉 콘크리트 타설 후 굳는 과정에서 강도가 결정된다. 철근을 많이 넣었다고 해도 철근과 시멘트가 제대로 결합하지 않으면 큰 힘을 낼 수 없다.

 

콘크리트는 영하의 날씨에는 양생이 되지 않는다. 양생은 콘크리트 타설이 끝난 후 온도나 충격 등 다른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완전히 굳게 하는 작업으로 정의한다. 콘크리트는 물과 자갈, 모래, 시멘트 등을 고루 섞어서 철근과 함께 원하는 형상으로 만드는 재료다. 때문에 겨울철의 영하의 날씨에는 콘크리트 내부의 수분이 얼어서 양생이 되지 않는다.

 

양생 불량을 방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콘크리트 표준시방서」 품질기준을 보면 1일 평균기온이 영상 4°C 이하일 경우 '한중(寒中)콘크리트 시방기준'에 의해 품질관리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콘크리트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영상 5°C 일 경우에도 일반적인 콘크리트 타설 후 양생 기간은 9일이다.

 

'한중 콘크리트 시방기준'을 보면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의 기온은 10~20°C 유지, 콘크리트 온도는 5°C 이상, 양생 막 내부 온도는 12~20°C 유지 등 양생 시의 온도관리를 준수해야 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당시 광주의 최저 기온은 11일 영하 3.5℃ 10일 영하 2.2℃로 양생이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불가피하게 공사를 할 경우 양생에 필요한 조건을 맞추려면 난로 등을 통해 온도를 높여야 한다.

 

이번 공사에서 이런 규정을 지켰을지, 작업자들이 이런 세부 규정을 자세히 알고 있었을지 의문이다. 

 

작업자들이 이런 세부 내용을 알고 있었더라면 관리자가 공기 단축을 위해 서두르더라도 위험상황 시 작업을 진척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20년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에서 38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도 마찬가지다. 우레탄 작업을 하는 곳에서 용접을 하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알았더라면 관리자가 작업지시를 하더라도 작업자는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전불감증을 탓하지만 그보다 안전지식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콘크리트 양생을 들 수 있지만 시공 절차 문제 등 다른 요인이 중첩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작업자들에게 정확한 안전지식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안전을 강조하는 교육이어서는 안된다. 위험한 상황에서 사고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안전지식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은 일시적으로 습득되지 않는만큼  학교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요즘 건강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다. 건강 이상은 대부분 징후를 나타낸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미리 징후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고에서는 징후를 미리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6명의 실종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전이다. 건강을 잃으면 어느정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안전을 잃으면 목숨을 앗아간다. 한 사람의 행동이 다수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고, 한 사람의 행동 하나가 모두를 지켜낼 수도 있다.

 

지금도 어디에서 사고 직전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을지 모른다. 다시 한번 주위를 살펴 보자..

 

매일안전신문 발행인 겸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이송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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