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근로자 사망책임 원청업체에 물은 중대재해법 ‘1호 판결’ 나왔다

건축설비 / 신윤희 기자 / 2023-04-06 15:19:37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건설사에 벌금 3000만원 선고
원청업체 대표, 유죄로 징역 1년월에 집행유예 3년
처벌 대상 기준 모호해 업계 반발과 개선 요구 잇따라
정부,사후 규제와 처벌에서 예방 위해 제도개선TF 운영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사고가 난 삼표그룹의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 현장. 검찰은 지난달 31일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에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불구속기소했다. /연합뉴스
[매일안전신문=신윤희 기자] 지난해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6일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하청업체 근로자 1명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원을, 회사 대표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공사현장 안전관리자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하청업체인 아이코닉에이씨 법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원청과 하청 현장소장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해 5월14일 경기도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고정앵글 인양 작업 중이던 하청노동자가 5층 높이에서 총 94.2㎏의 철근을 옮기던 중 추락해 숨진 데 대한 책임으로 기소됐다. 원청업체와 대표에게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 책임을 물은 중대재해법 1호 판결인 셈이다.

 김 판사는 “회사가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며서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만연한 안전 난간 임의적 철거 등의관행도 사망사고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면서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중대재해법은 중대 산업재해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할 경우 기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 현장이 적용대상인데, 내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적용된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각 기업과 경영주는 컨설팅 등을 통해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하는 등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면서도 법이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지적해 왔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가 있는 사업주와 경영관리자로 처벌대상이 애매하게 규정된 탓이다.

 의정부지검은 지난해 1월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 토사붕괴사고로 3명에 숨진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달 31일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문경영인인 이종신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 불구속기소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행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는 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대표이사)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주로 CSO)”이라며 “회장이 그룹사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핵심사항에 대해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룹사 개별기업의 안전보건업무를 직접 총괄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 회장이 채석장 안전 관리를 포함한 업무 전반에 대해 월례보고를 받고 관심 사안에 대해 바로 지시를 내리는 등 직접,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회장을 보좌하고 지시를 수행하는 수준에 그쳐 중대재해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처벌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오히려 기업주들이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내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확대되는만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에서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기에 인적, 물적 자원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바로 처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사후 규제와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법을 사전 예방 위주로 바꾸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어 오는 6월 발표될 개선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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