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가족의 사망이라는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겨진 이들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상속이다. 상속은 고인이 생전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까지 승계되는 법적 효과를 동반한다. 만약 상속 재산보다 상속 채무가 월등히 많은 상황이라면 상속인은 자신의 고유 재산으로 고인의 빚을 변제해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민법은 상속포기와 상속한정승인이라는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상속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취득하게 될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받아들이는 의사표시를 의미한다.
하지만 법원에 상속한정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법원으로부터 결정문을 받는 것만으로 모든 법적 의무와 절차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무적으로 상속한정승인 심판 정본을 수령하는 행위는 상속 채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고인의 재산을 정리하고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해야 하는 청산 절차의 시작점에 섰음을 의미한다. 특히 결정문이 나오기 전후로 상속 재산을 무심코 처분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법정단순승인’으로 돌아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속한정승인 결정을 받은 후 가장 먼저 이행해야 할 절차는 신문 공고와 채권 신고의 독촉이다. 민법 제1032조에 따르면 한정승인자는 한정승인을 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일반 상속 채권자와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하여 한정승인의 사실과 일정 기간 내에 그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공고해야 한다. 이때 공고 기간은 2개월 이상으로 정해야 하며, 보통 일간신문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절차를 간과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 신문 공고는 잠재적인 채권자들에게 상속 재산의 청산 사실을 알리고 배당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만약 공고를 게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임의로 변제를 진행했다가 나중에 나타난 채권자가 자신의 배당액이 줄어들었음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상속인은 자신의 개인 재산으로 배상해야 할 책임을 질 수도 있다.
더불어 이미 알고 있는 채권자들에게는 개별적인 통지를 보내야 한다. 채권자 목록에 기재된 이들에게 내용증명 등을 발송하여 상속인이 상속한정승인을 받았음을 명확히 알리고 채권액을 확정 짓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공고 기간이 종료되면 본격적인 배당 절차가 시작된다. 배당은 상속 재산의 범위 내에서 각 채권자의 채권액 비율에 따라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주의할 점은 채권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 공과금, 임금 채권 등 법률상 우선변제권이 있는 채권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일반 채권자들 사이에서도 평등한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계산해야 한다. 상속 재산이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 현금화가 필요한 자산인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상속인은 이를 경매나 공매 등을 통해 매각하여 현금화한 뒤 배당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등 세무적인 이슈 역시 상속인의 몫으로 남는다.
한편, 상속인이 상속한정승인을 신청하기 전이나 후에 상속 재산을 처분하여 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고 은닉하는 행위는 민법 제1026조에서 규정하는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한다. 법정단순승인이 인정되면 상속인이 상속한정승인을 신청했더라도 그 효력은 상실되며 결국 고인의 모든 채무를 무한정으로 승계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인이 사용하던 예금 계좌에서 적은 금액이라도 현금을 인출해 생활비로 쓰거나 고인 소유의 중고차를 절차 없이 매각하여 장례비에 보태는 행위 등은 매우 위험하다.
많은 상속인이 상속한정승인 심판 정본을 받는 순간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안도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후에 이어지는 신문 공고와 채권 배당이라는 정산 과정이 훨씬 더 까다롭고 위험 요소가 많다. 상속 재산을 정해진 우선순위와 비율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변제하거나 재산 처분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면 상속인이 개인 재산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민사적 책임은 물론, 한정승인 자체가 무효가 되어 빚을 전부 떠안게 되는 법정단순승인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결정 이후의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법무법인 YK 진주 분사무소 남화진 변호사
[ⓒ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