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더라도 조직의 상선이나 다른 가담자의 범죄를 규명하는 데 적극 협조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이른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가 포함됐다. 조직 내부자의 수사 협조를 유도해 해외 총책 등 핵심 가담자를 검거하고 범죄수익 환수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또는 이와 관련된 범죄수익의 수수·은닉 등에 가담한 사람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연루된 사건과 관련된 다른 사람의 범죄를 규명하는 진술·증언·제보 등을 한 경우 자신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총책을 중심으로 모집책, 관리책, 현금수거책, 전달책 등 역할이 세분화되고 해외 거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이 하부 조직원을 검거하더라도 조직 전체의 구조나 상선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단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자백’과 다른 가담자의 범죄 규명에 기여하는 ‘사법협조’를 구별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피의자가 “범행을 모두 인정한다”고 진술하는 것만으로 당연히 형이 감면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수단, 조직의 지시 체계, 자금 전달 경로, 다른 조직원의 역할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이나 자료를 제공하고 실제 범죄 규명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고, 시행 당시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경찰·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에게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수사 협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조직 전체를 알지 못한 채 현금수거·전달이나 계좌 관련 업무 등 일부 역할만 수행한 경우도 적지 않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자신의 범행에 대한 반성과 피해회복뿐만 아니라 조직의 실체 규명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도 양형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수사 초기부터 무분별하게 다른 사람의 범행을 진술하는 것이 항상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본인의 구체적인 가담 경위와 역할, 범죄에 대한 인식 정도, 확보된 증거, 피해회복 여부 등을 먼저 확인하고 사실에 기초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단순 현금수거책이나 전달책 사건에서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자체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있다. 범죄에 대한 인식을 부인해야 하는 사건과 범행을 인정하면서 수사 협조 및 양형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사건은 대응 방향이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번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도입으로 보이스피싱 수사와 재판 실무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의자가 어떠한 진술과 자료를 제출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전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해강 박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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