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옹벽 붕괴 사고, 설계부터 관리까지 ‘복합 부실’이 원인

생활안전 / 이종삼 기자 / 2026-02-26 13:10:29
국토부-사조위 7개월 조사 결과 발표
재발방지 위해 전국 보강토옹벽 전수조사 추진
▲ 오산 옹벽 붕괴 사고 현장(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매일안전신문=이종삼 기자] 지난해 7월 16일 경기도 오산시 가장동에서 발생한 보강토옹벽 붕괴 사고의 원인이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에 걸친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국 유사 시설물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설계기준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오산시 옹벽 붕괴사고 관련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의 7개월간 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사조위는 학계·업계 등 민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돼 지난해 7월 21일부터 올해 2월 20일까지 총 21차례 회의를 열고 현장조사, 설계도서 검토, 관계자 청문, 외부 용역을 통한 지반조사 및 품질시험 등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해 7월 16일 오후 7시 4분께 경기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져 차량 2대가 매몰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직전 시간당 39.5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사조위는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배수 불량에 따른 수압 증가’로 봤다. 보강토옹벽 상부 배수로와 포장면의 균열을 통해 빗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됐고, 보강토옹벽 뒤쪽 공간을 채우는 흙인 뒤채움재가 약화되면서 구조적 안정성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보강토옹벽 상단에 설치된 L형 옹벽이 침하되면서 포장면에 땅꺼짐과 균열이 발생했고, 사고 직전 집중호우로 균열 부위를 통한 빗물 유입이 급증했다. 유입된 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못하면서 옹벽에 작용하는 수압이 가중돼 최종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조사 결과, 설계 단계부터 문제점이 확인됐다. 해당 구조물은 보강토옹벽 상단에 L형 옹벽이 설치되는 복합구조였음에도, 설계 과정에서 하중 증가에 대한 면밀한 위험도 분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보강토옹벽에 수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수 설계가 미흡했고, 뒤채움재의 품질기준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시공 불량을 초래했다.

시공 및 감리 단계에서도 다수의 부적정 사항이 드러났다. 시공사는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세립분이 다량 포함된 흙을 뒤채움재로 사용했고, 보강토 블록 자재 변경에 대한 승인 여부와 품질시험 실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다.

또 설계 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최초 설계 도면을 준공 도면으로 그대로 제출하는 등 시공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리·감독자는 이 같은 시공사의 부적정 업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관리 체계의 공백도 붕괴 위험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시설물은 2011년 준공됐으나 2017년이 돼서야 관리주체로 인계됐고, 2023년 개통 전까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되지 않았다. 시설물 관련 법령에 따라 준공 후 FMS에 등록해 주기적인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등록 누락으로 점검 의무가 장기간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과거 유사 사고 이력과 민원 경고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동일 시공사가 공사한 구간에서는 지난 2018년과 2020년에도 보강토옹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해당 구간에 대한 안전성 검토와 재발방지 대책은 미흡했다. 2023년 정밀안전점검에서는 배수 불량과 배부름 등의 문제가 지적됐으나 이에 대한 실질적인 보수·보강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약 20일 전부터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포장면 땅꺼짐과 붕괴 우려에 대한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사고 전날에는 “지반이 침하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빗물 침투 시 붕괴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신고도 접수됐지만, 관리주체는 원인 분석, 안전성 검토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조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보강토옹벽 상부에 L형 옹벽이 설치되는 복합구조에 대한 설계·시공 기준을 구체화하고, 하중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배수로 및 유공관 등 배수시설에 대한 설계 기준도 대폭 강화한다.

유지관리 체계도 보완한다. 시설물의 FMS 등록 여부를 국토교통부가 직접 점검하고, 미등록 시설이 확인될 경우 이행명령을 통해 등록하도록 한다. 미등록 또는 설계도서 미제출 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아울러 보강토옹벽에 배부름 현상이 발생하거나 균열 등을 통해 빗물이 다량 유입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시설물안전법령상 ‘중대 결함’으로 지정해 적기에 보수·보강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국의 복합구조 보강토옹벽과 배수 설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 미흡 시설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을 진행해 필요 시 안전성 검토 및 보수·보강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사조위 권오균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철저한 대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조위 조사 결과를 반영해 관련 법령과 기준을 정비하고, 사고 책임 주체에 대해 행정처분·수사 등이 조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찰도 국토부와 사조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참고해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오늘 발표한 내용을 포함한 최종 결과 보고서를 내달 중순 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검토한 후 근 시일 내 수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해당 사고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이권재 오산시장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으며, 사고가 난 옹벽 시설물 관리 주체들이 유지·보수 등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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