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 골관절염 악화시키는 경로 규명…뇌 호르몬이 연골 파괴 촉진

최신정책 / 이상훈 기자 / 2026-10-02 09:27:11
전남대·인제대 공동연구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생쥐 모델로 연관성·작동 원리 분석
▲ “고혈압이 관절까지 망가뜨린다… 뇌 호르몬 AVP가 골관절염 악화시키는 기전 규명”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고혈압이 골관절염을 악화시키는 과정에 뇌에서 분비되는 혈압 조절 호르몬 ‘바소프레신’과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관여한다는 분자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연구 결과는 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남대학교 류제황 교수와 인제대학교 전장수 석좌교수 공동연구팀은 고혈압 상태에서 증가한 아르기닌 바소프레신(AVP)이 손상되거나 노화된 연골에서 증가하는 바소프레신 수용체 1A(AVPR1A)와 결합해 연골 파괴를 촉진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골관절염은 관절을 구성하는 연골과 뼈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 통증과 기능장애, 변형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2017~2021년 65세 이상 골관절염 평균 유병률은 의사 진단 경험률 기준 30.2%로 집계됐다. 여성은 43.5%, 남성은 13%였다. 


고혈압과 골관절염은 고령층에서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고혈압이 실제로 연골 손상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두 질환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분석과 동물실험, 연골세포 수준의 분자 분석을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서 골관절염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관절염이 심할수록 두 질환의 관련성도 뚜렷해졌다. 이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혈압을 유발한 두 종류의 생쥐 모델에서도 고혈압이 실험적으로 유도한 골관절염을 악화시키고 연골 아래 뼈인 연골하골의 변화도 증가시키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 AVP와 이 호르몬을 인식하는 수용체 AVPR1A였다. AVP는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돼 체내 수분 조절과 혈압 상승에 관여하는 신경호르몬이다. 고혈압 상태에서는 혈중 AVP 농도가 높아졌고, 정상 연골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던 AVPR1A는 연골이 손상되거나 노화될수록 증가했다.


두 요소가 결합하면 연골 손상과 연결되는 신호가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AVP와 AVPR1A 사이의 신호가 작동할 때 연골 기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MMP3와 MMP13이 증가한 반면, 연골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제2형 콜라겐과 아그리칸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신호를 연골 분해 유전자의 활성화로 연결하는 핵심 전사인자로 NR4A3도 확인됐다.


반대로 AVPR1A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해당 수용체를 억제하자 연골 손상은 감소했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의 관절에 AVPR1A 억제제인 렐코밥탄(Relcovaptan)을 투여했을 때도 고혈압에 따른 골관절염 악화가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이 결과는 동물실험 단계에서 확인된 것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기전은 고혈압 자체만으로 모든 연골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AVPR1A가 거의 없는 정상 연골보다 노화하거나 손상돼 수용체가 증가한 연골에서 AVP와 AVPR1A 신호가 강하게 활성화됐으며, 연구팀은 이를 고혈압과 골관절염을 연결하는 주요 경로로 제시했다. 


두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데 활용된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질병관리청이 국민의 건강과 영양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국가조사다. 전국 192개 조사구, 4천800가구를 대상으로 만성질환과 건강행태, 영양섭취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 자료는 만성질환 발생과 중증화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현재 골관절염으로 이미 발생한 퇴행성 관절 변화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법은 없으며,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증상을 줄이고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치료의 주요 목표라고 설명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건강정보 이번 연구팀은 AVP와 AVPR1A 사이의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을 후속 치료 전략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류제황 전남대 교수는 “이번 성과는 골관절염 환자를 진료할 때 관절 국소 부위뿐만 아니라 고혈압 같은 전신 건강 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함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바소프레신 신호 체계를 표적으로 하는 근본적인 관절염 치료제 개발로 후속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질환의 발생과 진행 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가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기초연구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