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8곳, 최근 4년 기준 적용시 과징금 대상
영국은 매출액 기준, 한국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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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적인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낸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챗GPT 생성이미지 |
국회는 1일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19명 중 찬성 161명, 반대 52명, 기권 6명으로 산안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찬성했고,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반대했다. 개정안은 사업주가 법정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발생한 산업재해로 최근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하면,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손실을 내거나 영업이익 산정이 어려운 기업은 과징금이 30억원 이내로 제한되지만, 이익을 낸 기업은 비율 상한만 있을 뿐 금액 상한이 없다. 걷힌 과징금은 산재보험기금에 귀속돼 산업재해 예방에 쓰인다.
개정안에는 최근 3년간 산재로 두 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업주가 다시 영업정지 요청 대상이 되면, 노동부 장관이 사업 등록 말소·취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담겼다. 노동자의 작업중지권도 넓어져, 산재 발생의 ‘급박한 위험’뿐 아니라 ‘우려되는’ 경우에도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게 됐다. 하청 노동자는 원청 사업주에게도 직접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
과징금 제도의 파급력은 건설업계에서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올해까지 10대 건설사 중 8곳이 한 해 이상 연간 사망자 3명 이상을 기록했다. 이 추세를 그대로 대입하면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8개 대형 건설사가 과징금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법은 과거 사고에 소급 적용되지 않고, 과징금도 안전조치 위반이 인정된 경우에만 부과된다.
건설업계는 현장 수가 많은 대형사일수록 불리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현대건설은 국내 현장 130여곳에서 하루 최대 4만명이 일하고, 대우건설도 전국 현장이 140곳을 넘는다. 법인 단위로 과징금을 매기면 현장·인력 규모가 큰 기업이 통계적으로 기준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의 최근 영업이익에 5% 상한을 적용하면 기업별로 200억~25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적 제재로 산재를 줄이려는 시도는 해외에서도 있었다. 영국은 2016년 2월 안전보건 양형지침(Health and Safety Sentencing Guidelines)을 시행해, 기업의 매출액을 4개 구간으로 나누고 매출 규모에 따라 벌금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영국산업안전보건협회(IOSH) 조사에 따르면 지침 시행 1년 만에 100만파운드(약 14억5000만원) 이상 벌금 부과 건수가 전년 대비 6.3배로 늘었고, 벌금 상위 20건의 합계만 3860만파운드(약 558억원)에 달했다. 롤러코스터 충돌사고로 중상자가 발생한 멀린 어트랙션스는 500만파운드(약 72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다만 영국은 ‘매출액’을, 한국 개정 산안법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제도 설계가 다르다.
국내 학계에서는 이런 과징금 제도의 필요성이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1년 법학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실효적 제재 방안으로 과징금 제도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논문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이 낮고, 과도한 비용 절감이 오히려 산업재해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의 필요성을 짚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이 기업의 안전 투자를 늘리는 유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용노동부는 “산재사고의 기업 규모, 위반행위 등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해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투자를 보다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과도한 과징금과 작업중지 요건 완화가 기업 부담과 현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처벌과 별도로 과징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안전 강화 측면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공사비 증가와 공기 지연 같은 부작용을 경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현장 수나 근로자 수, 공사 규모 대비 사망률 등을 반영해 기업별 책임을 정교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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