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희연의 결혼칼럼] 부부의 갈등은 남녀가 근본적으로 달라서 발생하는 것일까?
차희연 칼럼니스트
peoplesafe@peoplesafe.kr | 2021-09-16 16:07:54
[매일안전신문] 지금까지 많은 전문가나 언론매체에서 부부의 갈등, 더 나아가 남녀 갈등의 근본 원인은 서로 다른 성의 차이점을 알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곤 했다.
특히 남녀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서술한 책 한 권이 국내에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화성남, 금성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이 신조어는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며, 다른 생각만큼 남녀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고하게 단정 지어버렸다.
이후에는 부부나 애인 혹은 친구 등 남녀 사이에 간혼 의견 차이나 행동 차이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왜 그런 차이가 생겼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려하기 보다 무조건 화성남, 금성녀라서 그렇다는 것으로 성급히 결론을 내려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남성과 여성의 사고와 행동의 차이로 보이는 요소들은 일상 생활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한 가지 일에 능숙하며, 여성은 동시에 하는 일에 능숙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 이와 관련된 한 심리실험에서도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미국 국립 과학협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를 통해 최근 발표된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라지니버마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를 보면 알 수 있다. 연구는 8세에서 22세 사이 남성 521명, 여성 2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여성의 경우에는 뇌신경망이 논리적 사고와 관련 있는 왼쪽 뇌에서 직관과 관련된 오른쪽 뇌로 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직관적 분야의 일을 더 잘한다. 또한 여성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여성보다 뇌의 앞 부분과 뒷 부분의 연결이 원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에 비해 좌우 방향 신경 연결이 더 많은 부분이 바로 소뇌였는데, 이 부분은 운동조절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운동을 더 잘 배우거나 주차를 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논리적이면서도 즉각적인 사고를 요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여성이 더 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좌뇌와 우뇌가 서로 활발하게 소통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즉각적인 행동을 요하는 일을 할 때에는 남성들이 더 잘하게 된다. 이처럼 기존의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남녀는 인지 능력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뇌활동 영역과 그로 인한 인지능력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남녀의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보이고, 그 때문에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하는 것은 논리 전개상 오류가 분명하다.
물론 남성과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구분하면 확연한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신체적 차이가 곧바로 심리상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보는 견해는 지나친 논리비약이다.
즉, 일반적으로 여성은 감성적이고 섬세하며 꼼꼼하고, 남성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논리적이라는 고정관념처럼, 생리학적 남성과 남성성향, 그리고 생리학적 여자와 여성성향을 함께 묶어버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특성은 남자와 여자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 심리학과 즐라탄 크리전 교수팀에 따르면 이러한 고정관념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클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부풀려진 결과물이며 남녀의 심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크리전 교수팀은 성별에 따라 심리적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타-종합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자료에는 1천200만 명 이상의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 직무 스트레스, 도덕성 등과 같은 심리적 특성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성향을 비교했는데, 75% 이상의 심리적 특성에 대해서 남녀가 80% 이상의 공통분모를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남녀의 심리적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크리전 교수는 “심리적 속성과 관련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별반 다르지 않다”며 “지능과 같은 인지 영역, 성격과 같은 사회적 인격 영역, 삶의 만족도와 같은 행복 영역을 불문하고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전 연령대에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물론 기존의 성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요소도 일부 있었는데, 예를 들면 남성은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반면, 여성은 동료와의 애착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과 여성이 이처럼 심리적으로 거의 비슷한 성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왜 서로가 상대방을 화성남과 금성녀로 치부하는 걸까?
심리 연구를 진행한 크리전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마치 혈액형이나 별자리로 성격을 단정짓는 오류와 같다고 분석한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자기 논리의 사례로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크리전 교수는 “가령 남성과 여성의 공격성을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의 비율로 평가한다면 당연히 남성이 훨씬 과격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즉 극단적인 상황을 일반적인 남녀에게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성차 분별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심리적 속성은 성별에 따른 차이보다 그냥 개인의 성향에 따른 차이로 봐야 한다.
이제 결론을 이야기 해 보자.
만약 당신이 애인이나 배우자와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다고 해서, 그 원인을 단지 젠더 이슈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화성남, 금성녀라는 관용구에 현혹되어 남자는 여자의 심리를, 여자는 남자의 심리를 끝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참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무책임한 생각이다.
상대방은 당신과 80% 가까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남자는 다 그래’ 라던가 ‘여자는 원래 그렇지 뭐’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둘 사이에 갈등을 빚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밝혀내고 그것을 해결하려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부부의 갈등, 연인과의 갈등은 포괄적인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 두 사람 사이의 바로 그 문제 때문이라는 점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두 사람뿐임을 명심하자.
차희연
- 미래인재개발재단 이사장
- HRD VITA Consulting 대표
- 감정조절코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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