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서인석의 촌철살인] 인맥다이어트 시대, 군중속에 고독

서인석

news@entertoday.kr | 2021-01-06 19:23:03

[매일안전신문] 2021년 새해를 맞으면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들을 보니 여러 만감이 교차한다. 내 핸드폰에는 약 2,000명이 넘는 연락처들이 있다. 그러나 과연 그 중에 몇 명이나 연락하며 지내는 걸까? 진지한 마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나눌 친구는 몇 명이나 될까? 내가 큰일을 당했을 때 한걸음에 달려올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무리 핸드폰을 살펴도 선뜻 "이 사람이다"라고 찍을 사람이 몇 명이 안 되는 걸 보니, 지난 60년 인생을 헛살았나보다.


거미줄 같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회의감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경쟁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주변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동시에 고립감을 느끼는 이른바 ‘군중 속의 고독’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의 활성화로 관계 맺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어지면서 인맥 관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대폭으로 정리하는 이른바 '인맥 다이어트' 열풍까지 불고 있다. 아예 “혼자가 편하다”라며 주변인들을 과감하게 쳐내며 이른바 ‘인맥 거지’를 자처하는가 하면, 외로움을 달래줄 일회성 인맥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간관계의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외로움은 해소하려는 현대인의 양면적 모습이다. 그다지 친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SNS를 통해 의미 없는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주고받으며 형성된 인간관계가 깊이가 있을 수 없다. 누구나 평생 혼자 살 수 없는 만큼 관계의 단절보다는 조금씩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연습이 바람직하다.


당신의 스마트폰 속에 저장되어있는 친구는 몇 명인가? 나는 직업 특성상 여러 직종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그때마다 명함을 받고 인사를 나누며 기억하려 애쓰지만 결국 그들과 통화하는 확률은 몇 없다. 아니, 시간이 지나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이름을 보아도 누군지 모를 때도 허다하다. 서로 간에 비즈니스가 겹치지 않으면 더 하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내 전화기를 살펴보니 즐겨 찾는 전화번호는 고작 다섯 명이다. 내 아내, 그리고 나의 일과 관련 있는 분들 몇 분... 그곳엔 내 아이들도 없다.


사회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 가짜감정, 거짓 감정, 무의미한 감정, 모임은 많으나 만날 사람은 없다. 그저 서로의 이익이 부합될 때만 만나는 것이다. 인간을 한문으로 표기하면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만나는 사람은 많으나 만날 사람이 적다.’ 아이러니 다.


손가락으로 '좋아요' 누르는 데 시간 보내는 건 이제 그만하자. 스마트폰에서의 친구는 이제 그만 만들고 고향 친구, 학교 친구, 동네 친구들에게 전화 한 통 하자. 새해에는 문자나 카톡보다는 목소리 들으면서 통화하자고. 아니, 만나서 막걸리 한잔하면 더욱더 좋고.


오늘은 나도 친구 놈들에게 전화해야겠다. 막걸리 한잔 하자고...


한국대중문화예술진흥원장 개그맨서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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