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마스크 공적 판매, 무엇이 문제인가
식약처, 마스크 인증 기관일뿐 생산 통제 권한 없어
이송규 안전전문
peoplesafe@peoplesafe.kr | 2020-05-11 14:19:54
[매일안전신문, 이송규 안전전문 기자] 1일 오전 주부 A(50)씨는 늦잠을 자는 아들의 '아점'을 챙겨주던중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을 들었다. 근처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판다는 소식이었다. A씨는 식사를 차리는둥 마는둥 하고 서둘러 마트로 향했다. 이날 이 마트에 들어오는 ‘공적 마스크’는 모두 7000장. 마스크는 오후 1시 넘어 도착한다는데 정오 전 마트에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장당 1000원의 착한 가격이지만 1인당 구매 제한 수량은 5장. 아들을 데려오지 못한 게 못내 아쉽지만 5장이라도 사겠다는 생각에 줄에 합류했다.
정부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공적 마스크’ 수급에 나섰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마스크 공적판매 계획’에 따라 1일 마스크 500만개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물량은 대구·경북에 100만개, 우체국 50만개, 농협 하나로마트 50만개, 공영홈쇼핑·중소기업유통센터 10만개, 약국 240만개, 의료기관 50만개로 나눠 공급한다.
정부 발표를 믿고 29일 우체국과 하나로마트 등을 찾은 국민들은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에 분통만 터뜨렸다.
정부가 준비도 없이 섣부르게 발표한 것일까. 아니면 유통 과정상 시차 탓이었을까.
정부가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안'을 심의·의결한 건 지난달 25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업체의 1일 마스크 생산량의 50%를 공적 의무 공급으로 배정해 공공에 우선 공급하고, 수출물량을 10%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의 조치는 방향이 옳았지만 세부 실행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주무부처를 식약처로 한 건 차후 법적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식약처는 마스크 제품 중에서도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의약외품에 한해 KC 안전인증을 해주는 기관이지, 마스크 판매나 유통을 관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식약처가 마스크 공적판매 계획을 통해 마스크 제조업체의 공급량을 통제하는 건 '권한 없는 일'로, 나중에 법적 분쟁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식약처는 마스크 인허가를 주관하는 기관일 뿐이고 마스크를 공공재로 지정해 공급하는 기획재정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할 일"이라며 "권한 없는 기관에서 한 것이라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직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각 업체에 파견해 생산물량과 공급 현황 등에 대한 파악에 나섰지만 판매가격 등을 사전 조정하지 못한 것도 혼란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제조업체로서는 정부 방침에 따라 생산량의 절반을 공적 공급으로 돌려야 하지만, 납품가도 모른채 무턱대고 물량을 풀 수 없는 일이다. 수출 물량이 생산량의 10%로 제한되다 보니 이미 한 계약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사전에 파악해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B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기존에 우정사업본부와 공영홈쇼핑과 거래를 한 경험이 있다보니 공급가격 책정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거래가 없던 업체로선 당혹스러웠을 것”이라며 “식약처에서 거래처를 지정해서 업체가 선택하도록 하기는 했으나 단가가 안맞으면 아무래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식약처가 마스크 공적 판매처에서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를 제외한채 약국이나 우체국으로 제한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약국은 야간에 문을 닫고 우체국은 각 동에 1개 있는데다가 시민들이 위치를 잘 몰라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편의점 등은 이미 물류체계가 갖춰진 상태라 단가 조절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마스크가 의약외품이라서 편의점이나 마트 판매를 제외했다고 하지만 이미 마스크를 팔지 않는 곳이 거의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서 약사회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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