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칼럼] 위험은 높게, 산재보상은 낮게? 억울한 건설 노동자들②
김상명 노무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9-29 09:30:08
[매일안전신문] 일전에 「위험은 높게, 산재보상은 낮게? 억울한 건설 노동자들①」이라는 제목으로 본지에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당시 지적한 문제는 건설 노동자들이 실제로는 원청 건설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산재보상은 규모가 작은 하청업체를 기준으로 산정되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와 유사하게 근로복지공단의 오랜 행정 관행과 내부 지침으로 인해 건설 노동자의 직업병 보상 수준이 실제보다 낮게 산정되는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전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직업병으로 인정된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통계임금이 적용된다. 통계임금은 근로자가 재직한 사업장의 규모 등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사업장의 규모가 클수록 통계임금도 높아지는 구조이다. 결국 사업장 규모는 직업병 근로자의 산재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건설업은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사업 구조가 다르다. 건설 본사는 사업이 계속되는 사업장으로 관리직과 사무직이 근무하는 반면, 건설현장은 공사 기간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하는 유기적·일시적인 사업장으로, 대부분의 현장 근로자가 이곳에서 근무한다.
이러한 건설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은 건설업의 보험관계를 ① 건설 본사와 ② 건설현장(건설일괄)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GS건설이라는 하나의 회사라 하더라도, GS건설 본사와 대구·포항·울산 등 각 건설현장은 별도의 사업장 관리번호를 부여받고 각각 보험료가 산정된다. 이는 건설현장의 잦은 생성과 소멸, 공사별 위험도의 차이 등을 고려한 보험료 징수 행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문제는 보험료 징수를 위한 이러한 행정 구분이 산재보상 단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현장 근로자에게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의 「건설업
종사자의 평균임금 산정 특례 적용 시 규모 판단 방법에 관한 질의회시(보험급여관리부-93)」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의 직업병 통계임금을 산정할 때 사업장 규모는 건설 본사의 고용보험 상시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현실의 건설업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의 건설회사는 본사에는 소수의 관리직과 사무직만을 두고, 실제 생산인력은 전국 각지의 건설현장에 배치한다. 여기에 수많은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근로자들까지 포함하면 건설현장의 인력 규모는 본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예를 들어 A사 소속 현장 용접공 B가 직업병에 걸렸다고 가정해 보자. A사의 건설 본사에는 사무직 50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포항·대구·전주·평택 등 4개 건설현장에는 현장 근로자 500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하자. 이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실제 현장에서 근무한 인원이나 건설일괄의 규모가 아니라 본사의 사무직 50명을 기준으로 사업장 규모를 판단한다.
그 결과 B의 통계임금은 실제 건설현장의 규모를 반영한 경우보다 하루 10만 원에서 15만 원가량 낮게 산정될 수 있다. 만약 B가 장해등급 제11급에 해당하여 장해보상일시금 220일분을 지급받는다면, 결과적으로 약 2,200만 원에서 3,300만 원의 산재보상을 적게 받게 된다.
이는 과연 합리적인 결과일까.
건설 본사와 건설현장을 구분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보험료 징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행정적 필요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행정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구분이 왜 산재보상 단계에서까지 적용되어 현장 근로자의 보상 수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져야 하는가. 더욱이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직업병 통계임금을 산정하면서, 실제 현장의 규모가 아닌 본사 사무직 인원만을 기준으로 사업장 규모를 판단하는 것이 과연 통계의 대표성과 합리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문제는 필자가 앞선 칼럼에서 지적했던 문제와도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보험료 징수를 위한 행정적 편의와 산재보상을 위한 실질적 형평성은 구별되어야 한다.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만든 기준이 근로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근로복지공단은 더 이상 관행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건설업의 실제 고용 구조와 현장 실태를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건설 노동자들이 실제 노동의 가치와 위험에 걸맞은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노무법인 더보상 김상명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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