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공공기관 다이어트, 숫자보다 기능이 중요하다
이상훈 기자
newssanjae12@naver.com | 2026-09-17 16:57:09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DIET 2026’을 발표했다. 발전 5사와 항만공사 통합을 비롯해 유사·중복기관, 자회사와 소규모기관을 정비해 모두 109개 기관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몸집을 줄이고 기능을 다시 배치해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혁안의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공공기관은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통합적인 관리체계를 갖췄지만, 기관 수와 인력, 인건비와 부채는 계속 증가해 왔다. 지역과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관이 신설되고, 유사한 업무를 여러 기관이 나누어 수행하면서 관리비용도 커졌다.
따라서 공공기관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관 수를 몇 개 줄였는지만으로 개혁의 성공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줄였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강화했는가’이다.
정부안은 109개 감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발전·항만·에너지·철도 등 국가 인프라 분야의 전략적 구조개혁으로 15개를 감축하고, 유사·중복 기능의 일원화로 11개를 줄이며, 자회사와 소규모기관 통합을 통해 83개를 정비한다는 구상이다.
발전 5사를 하나의 발전회사로 통합하면 연구개발과 재생에너지 투자의 중복을 줄이고 연료와 정비자재의 공동구매를 통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지역별로 분산된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하면 항만 간 과당경쟁을 줄이고 국제 물류시장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합 역시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보와 해외자원 확보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조직을 합친다고 반드시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커지면 구매력과 투자 여력은 확대되지만 의사결정 단계가 늘고, 현장과 본사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통합 과정에서 조직의 주도권과 인사 문제에 매몰되면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LH의 개발 기능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하는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개발의 신속성과 주거복지의 공공성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기능 분리의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개발이익이 주거복지 재원으로 원활하게 이전되지 않으면 수익이 나는 조직과 부담을 떠안는 조직으로 양분될 수 있다. 조직 분리가 기능 개선으로 연결되려면 재원과 책임의 연결구조가 먼저 설계돼야 한다.
나는 공기업 상임감사로 재직하면서 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도의 모양이 아니라 책임의 연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직을 통합하거나 분리할 때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최종적으로 책임지는지, 예산과 인력은 누가 결정하는지, 현장의 위험정보가 최고경영진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특히 발전소, 항만, 철도, 공항, 석유·가스시설과 같은 국가 기반시설은 효율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이러한 시설은 한 번의 사고가 대규모 인명피해와 국가 기능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안전 담당자가 바뀌고 보고체계가 흔들리거나,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예산과 정비인력을 줄인다면 개혁의 편익보다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공공기관 개혁의 최종 목적은 기관 수 감축이나 정부 재정의 절감이 아니다. 국민이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중복된 조직과 불필요한 관리비용은 과감하게 줄이되, 현장 인력과 안전·품질·감사 기능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공공기관 다이어트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한 지방은 줄이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 기능을 지키는 근육은 키우는 체질 개선이어야 한다. 109개라는 감축 숫자가 개혁의 성적표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개혁이 성공했는지는 몇 개 기관이 사라졌느냐가 아니라 공공서비스가 얼마나 좋아지고, 책임은 얼마나 분명해졌으며, 국민이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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