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칼럼] 몇 억을 벌었어도, 재요양 휴업급여는 최저임금으로?

손서연 노무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9-18 16:34:44

 

[매일안전신문] 산재로 치료를 마치고 복귀했던 노동자가 시간이 지나 후유증이 재발해 다시 요양(재요양)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때 휴업급여는 원칙적으로 재요양 당시의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임금의 70%로 계산한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6조 제2항은 여기에 단서를 하나 달아뒀다. 재요양 당시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할 임금 자체가 없으면 - 즉 재요양 개시일 이전 3개월간 근무한 이력이 없으면 - 무조건 최저임금액을 1일당 휴업급여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재요양이 필요한 사람 중 상당수는 바로 그 산재 후유증 때문에 최근 3개월간 일을 하지 못했거나, 아예 일을 그만둔 상태다. 즉 '임금이 없는' 상황 자체가 산재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제도는 이 공백의 원인을 따지지 않고, 그저 "직전 3개월 임금이 없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소득 수준을 최저임금으로 확정해 버린다.

이 조항이 가장 가혹하게 작동하는 대상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다.

1. 후유증으로 이미 퇴사했거나 장기간 쉬고 있던 재해자 : 산재 후유증이 악화해 재요양이 필요할 정도라면, 그 직전 몇 달간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증상이 심해서 일을 못 한' 사람일수록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되기 쉽다.

2. 원래 소득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았던 숙련 노동자 : 요양 종결 당시 평균임금이 최저임금의 두 배, 세 배였던 사람도 재요양 이전 3개월간 무직 상태였다면 최저임금으로 휴업급여가 재산정된다. 실제 소득 손실과 보상액 사이의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

3. 경력단절 후 재요양이 필요해진 고령 재해자 : 요양 종결 후 나이나 건강 문제로 재취업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다 후유증이 재발한 경우, 과거의 소득 수준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이 세 유형 모두 '자발적으로 소득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산재의 연장선에서 소득 공백이 생긴 경우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제도는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물론 이 조항이 아무 근거 없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재요양 당시 근로 이력이 없다면 '현재 시점의 평균임금'을 계산할 데이터 자체가 없으니, 어떤 기준으로든 최저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일종의 '바닥'을 보장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잠시 제도의 근본 취지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휴업급여는 재해 노동자가 요양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동안 잃어버린 임금 소득을 대신 채워주는 급여다. 다치지 않았다면 벌었을 소득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보전해주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지, 그저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리고 그 보전액을 계산하는 도구가 바로 평균임금이다.

법원은 오래전부터 평균임금 산정의 취지를 분명히 해왔다. 판례는 평균임금 제도가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 그대로 반영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아야 하며,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 각종 급여를 산정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소득 자료가 없어 원칙적인 방법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할 수 없는 예외적 상황에서도, 법원은 담당 기관이 편의적으로 낮은 금액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근로자의 실제 생활임금에 가까운 합리적인 금액을 찾아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원칙에 비춰보면 재요양 휴업급여의 최저임금 일괄 적용은 제도의 근본 취지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평균임금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생활해 왔는가'를 사실대로 포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재요양 당시 직전 3개월 임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소득 이력 전체를 지우고 최저임금이라는 일률적인 수치로 대체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대로 산정한다'라는 원칙이 아니라 '데이터가 없으니 편의적으로 대체한다'라는 접근에 가깝다.

평균임금 제도 본연의 취지를 기준으로 하여 근로자의 실제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하고자 한다면, 개선 방향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직전 요양 종결 당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물가·임금상승률 보정안 도입 : 재요양 당시 직전 3개월 임금이 없다면, 최저임금으로 바로 넘어가기 전에 직전 요양 종결 시점의 평균임금에 그간의 임금상승률(또는 소비자물가지수)을 반영해 재산정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2. 평균임금 산정 특례의 준용 : 진폐 등 직업병처럼 소득 자료가 없어 원칙적 방법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적용되는 특례 고시처럼, 재요양 사건에도 '실제 생활임금에 가장 가까운 합리적 금액'을 산정하도록 하는 별도의 특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임금이 없으면 최저임금’이라는 규정은 겉으로 보면 단순하고 합리적인 원칙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요양이라는 상황의 특수성 - 소득 공백 자체가 산재의 연장선일 수 있다는 점 - 을 고려하면, 이 조항은 오히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낮은 보상을 하는 역설을 만들어낸다. 다치기 전 얼마를 벌었든, 재요양이 필요할 만큼 몸이 상했다면 결국 최저임금으로 수렴하는 구조. 이것이 산재보험이 지향해야 할 소득 보전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이제는 다시 물어야 할 때다.

/노무법인 더보상 손서연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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