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 도급 임금 따로 지급한다…내년부터 ‘임금구분지급제’ 시행
고용부, 20일부터 근로기준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40일간 입법예고
이상훈 기자
newssanjae12@naver.com | 2026-08-19 16:28:32
내년 1월 1일부터 건설·조선업의 일정 규모 이상 30일 초과 도급사업에서는 도급인이 매월 도급대금 가운데 노동자에게 지급할 임금비용을 별도로 구분해 지급하고, 수급인이 전월 임금을 실제 지급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공공사업뿐 아니라 민간사업에도 적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임금구분지급제의 적용 대상과 판단 기준, 임금비용 지급 절차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20일부터 9월 29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법률에서 위임한 세부 기준을 하위법령으로 구체화하는 절차다.
임금구분지급제는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지급할 도급금액에서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매월 따로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도급인은 수급인의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수급인은 별도로 받은 임금비용을 노동자 임금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정부는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인건비 재원이 다른 사업비와 섞여 사용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임금체불을 차단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의 법적 근거는 지난 4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마련됐다. 새로 신설된 제44조의4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뿐 아니라 그 밖의 도급인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사업이 한 차례 이상의 도급을 거쳐 진행되는 경우에는 직상 수급인과 하수급인을 각각 도급인과 수급인으로 보도록 해 다단계 도급의 각 단계에도 임금비용 구분지급 구조가 적용되도록 했다.
개정법은 임금비용을 지급할 때 수급인의 전월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도급인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했다. 수급인이 구분해 받은 임금비용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규정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시행일 이후 새로 체결되는 도급계약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임금구분지급제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분야 건설공사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정부는 이를 근로기준법으로 옮겨 적용 업종과 대상을 확대하고 건설·조선업의 다단계 도급사업에 적용하기로 했다. 두 업종 모두 도급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건설업의 적용 범위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발주자직접지급제 대상 공사와 연계한다. 발주자직접지급제는 발주자가 수급인의 계좌를 거치지 않고 하수급인과 건설근로자 등에게 공사대금이 분배·지급되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적용 공사의 구체적인 금액 기준 등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조선업은 선박 건조 또는 수리를 목적으로 하는 도급사업 가운데 선박 1척 기준 최초 발주금액이 120억원 이상인 사업이 최종 적용 대상이다. 다만 조선업에 처음 도입되는 제도라는 점과 공공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의 민간 개방 일정을 고려해 시행 첫 단계에서는 500억원 이상 사업부터 적용하고, 이후 240억원 이상, 120억원 이상으로 3년에 걸쳐 범위를 확대한다.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구체화된다.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임금명세서와 사회보험료 납부내역 등을 제출받아 전월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업장에서 자체적으로 전자대금지급시스템 등을 이용해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임금구분지급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한다.
정부는 법제화 과정에 앞서 현장 적용 방안도 점검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LH가 발주한 세종시 공공주택 건설현장에서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인 ‘하도급지킴이’ 활용 현황을 확인하고 건설업계 관계자들과 임금구분지급제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참여한 조선산업 임금체불 예방 간담회도 열었다.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현장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완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조선업 등 관련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 개정 과정에서도 임금구분지급 관련 항목을 반영하도록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한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실태조사를 통해 적용 확대가 필요한 다단계 도급 업종과 사업 유형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금구분지급제는 특히 다단계 도급구조로 인해 하수급인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대표적 이행과제”라며 도급인의 임금 지급 확인 등을 통해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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