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채용절차법 개정안: '깜깜이 AI'는 더 이상 법률의 방패 뒤에 숨을 수 없습니다
이열린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5-21 09:00:00
[매일안전신문] 구직자는 이제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어떤 기준으로 작동하는지 질문할 권리가 있다. 현재 국회와 정부에서 추진 중인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 개정안은 AI 등 자동화된 시스템을 채용에 활용할 경우, 그 평가 항목과 가중치, 작동 원리를 구직자에게 사전에 명확히 공시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영권'이라는 명분 아래 채용 기준을 비공개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채용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경우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 채용 시스템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언제든지 법적 책임 공방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은 이미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해 정보 주체의 설명 요구권과 인적 검토 요청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국내 법제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빠르게 정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채용 과정 전반의 책임과 설명가능성을 요구하는 구조적 변화로 볼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은 AI가 평가하는 ‘열정’이나 ‘협력성’과 같은 추상적 지표가 어떤 데이터와 기준을 통해 도출되는지 구체적으로 문서화하고, 이를 구직자에게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대응 체계를 사전에 구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채용공고와 함께 AI 평가 기준을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둘째, 구직자가 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인사 담당자가 직접 재검토하거나 평가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용된 AI 모델의 버전, 학습 데이터의 범위, 주요 판단 기준 등을 정리한 ‘알고리즘 명세’를 상시적으로 관리하여, 분쟁 발생 시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채용절차법 개정안 시행 이전에 이러한 체계를 자발적으로 구축한 기업만이 제도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통제하고, 동시에 신뢰를 기반으로 한 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열린 변호사
[ⓒ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