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로맨스스캠, 동남아면 안전할 줄 알았다?...해외 송환 본격화
박경선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5-20 08:00:58
[매일안전신문]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와 데이팅 앱의 보편화에 따라 이성적 호감을 악용하여 금전을 편취하는 이른바 ‘로맨스스캠’ 범죄가 지능화·조직화하며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과거의 로맨스스캠이 단순히 개인 간의 감정적 교류를 바탕으로 한 소액 편취에 머물렀다면, 현대의 범죄 양상은 해외에 거점을 둔 대규모 조직이 체계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수십억 원대 이득을 취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가해자들은 신분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 투자를 유도하거나 정교하게 조작된 수익 인증 화면을 제시하며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이러한 범죄는 피해자에게 경제적 파산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평가받는다.
정부는 이러한 초국가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경찰청을 중심으로 외교부, 법무부, 국정원 등이 참여하는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최근 캄보디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거점을 둔 국외 도피 사범들에 대한 집중 송환 작전을 전개했다. 2026년 상반기 동안 이루어진 이번 작전을 통해 현지 경찰 및 이민당국과의 공조로 검거된 피의자 수십 명이 국내로 송환되었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로맨스스캠 및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거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 거점을 두고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피의자들이 대거 송환됨에 따라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법적 쟁점 또한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로맨스스캠 범죄는 형법상 사기죄뿐만 아니라 범죄단체조직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다양한 혐의가 경합하여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적으로 범행을 분담하여 수행한 경우, 단순 가담자라 할지라도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죄가 적용되어 예상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에는 해외 도피 중인 피의자의 신병 확보가 어려워 수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했으나, 국제 공조 수사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동남아 도피는 곧 안전'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로맨스스캠 사건에서 피의자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수사 기관은 체포영장 집행과 동시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국외 도피 전력이 있는 만큼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송환된 피의자들 중 압도적인 비율이 송환 직후 구속 송치되었다. 범죄 조직 내에서의 실질적인 역할, 가담 경로, 편취 금액의 행방 등을 명확히 소명하지 못할 경우, 조직 전체의 범행 규모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로맨스스캠 특성상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 규모가 방대하여 합의 과정 자체가 매우 난해한 과제가 된다.
사법부는 로맨스스캠을 포함한 온라인 스캠 범죄에 대해 엄중한 처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피해자의 신뢰를 이용한 기망 행위라는 점과 범죄 수익이 해외로 유출되어 회수가 어렵다는 점 등이 가중 처벌의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피의자 개개인의 사정에 비추어 가담 정도가 경미하거나 강요에 의해 범행에 참여한 경우, 혹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여죄를 밝히는 데 기여한 경우에는 법리적으로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 해외 송환 피의자의 경우 현지에서의 수용 기간과 송환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또한 재판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동남아시아 각국과의 사법 공조가 강화되면서 해외 거점 스캠 조직원들의 국내 송환과 구속 수사가 전례 없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 가담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엄격한 형사 책임을 묻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로맨스스캠 사건은 범죄단체가입죄 등 가중 처벌 요소가 산재해 있는 만큼, 송환 직후의 초기 수사 단계부터 본인의 실질적인 가담 범위와 역할에 대해 논리적인 소명을 해야 한다.
/ 법무법인 YK 강남 주사무소 박경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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