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군대 내 폭행,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아...수사·징계 함께 대비해야
권상진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8-20 08:00:03
[매일안전신문] 군 조직 안에서 발생한 폭행은 단순한 개인 간 다툼으로만 처리되지 않는다. 군 기강과 지휘체계, 부대 전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폭행 사건보다 엄격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반 형법상 단순폭행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그러나 군인 사이에서 발생한 폭행은 행위 장소와 대상, 직무 관련성 등에 따라 군형법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일부 유형은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형사절차가 계속될 수 있다.
상관이나 초병을 상대로 한 폭행, 부대 내 또는 직무 수행 중 군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 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별도의 군형법 규정이 문제 될 수 있다. 여러 명이 가담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했다면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 행위의 경위와 방법을 정확히 살펴야 한다.
군대 내 폭행 사건은 형사수사와 부대 내부 징계가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일반 형사사건과 차이가 있다. 형사재판에서 처벌받지 않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군인으로서 품위유지의무나 법령준수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간부에게는 파면과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 근신, 견책 등의 경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중징계를 받으면 인사와 진급, 보직, 퇴직급여 등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처분 내용에 따라 강제 전역이나 현역복무부적합심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병사에게는 강등과 군기교육, 감봉, 휴가 단축, 근신, 견책 등의 징계가 부과될 수 있다. 징계 종류와 내용에 따라 진급이나 휴가, 전역 시기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형사처벌 가능성뿐 아니라 복무상 불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폭행 혐의와 함께 가혹행위가 문제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암기 강요나 수면 방해, 반복적이고 가학적인 얼차려, 인격적 모욕을 동반한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적인 표현에서는 폭행과 가혹행위를 혼용하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성립 요건이 서로 다르다.
군형법상 가혹행위는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학대하거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폭행처럼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행위자의 지위와 명령 관계, 행위의 내용과 지속성, 피해자가 느낀 고통 등을 토대로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가혹행위죄의 법정형에는 벌금형이 규정돼 있지 않아 혐의가 인정될 경우 형사상 부담이 상당하다. 다만 실제 처분과 선고 결과는 범행의 정도와 기간, 피해 규모, 전과, 합의 및 피해 회복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사 초기에는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행위의 정도를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난이나 훈육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선후임 관계에 따른 위계성이나 행위의 반복성이 확인되면 사건의 성격이 달리 평가될 수 있다.
당사자 사이의 평소 관계와 사건 전후 대화, 목격자 진술, 생활관 및 복도 폐쇄회로(CC)TV, 통화·메신저 기록, 진료 내역 등도 주요 판단 자료가 된다. 기억에만 의존해 진술하기보다 시간 순서에 따라 사건 경위를 정리하고 사실과 다른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피해자와의 합의와 사과는 피해 회복 및 양형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군형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합의했다고 해서 수사와 재판, 징계가 반드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거나 주변 사람을 통해 반복적으로 연락하면 오히려 추가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군대 내 폭행 사건에 대응할 때는 형사수사와 군 내부 징계를 분리된 절차로만 봐서는 안 된다.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과 제출한 자료가 징계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첫 조사 단계부터 두 절차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노력, 반성의 태도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사실과 다른 혐의를 받았다면 무조건적인 사과나 합의에 나서기보다 행위별 성립 요건과 증거관계를 확인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엘 법무법인 권상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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