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칼럼] 출퇴근재해에서의 주거의 경계(境界)는 어디까지인가?
이상웅 노무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10-13 14:48:25
[매일안전신문]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각가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이런 경우엔 어떻게 될까? 저런 경우엔 어떻게 될까? 내가 몸담고 있는 산재 업무는 보기엔 쉬워 보여도 막상 하나의 쟁점을 파고들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어려워진다. 그게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나누는 구분점이 될 테지만 그런것들은 항상 나를 힘들게 만든다. 이번 주에는 하나의 주제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괴롭혔다. 그것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전화의 상대방은 출근길에 사고가 나 출퇴근 재해를 신청하고 싶다고 하셨다. 집에서 나오다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고 말씀하셨다. 쉬운 사건이라 생각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출근을 위해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다 계단에서 넘어진 사고”를 출퇴근 재해로 인정한다. 공동주택(다가구 포함)의 경우 개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구역의 개별 현관문이 주거의 경계가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자기 집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부터 출퇴근 경로로 보아 엘리베이터에서 넘어지든 계단에서 넘어지든 공동 현관문에서 넘어지든 전부 출퇴근재해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해자가 아파트에만 산다면 산재 승인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단독주택에 살아요.” 재해자가 말을 이었다. ‘역시나!’ 쉬운 사건은 쉽게 오지 않는다. 단독주택의 경우 “대문”이 주거의 경계가 되기 때문에 대문을 나와서부터가 출퇴근 경로로 인정이 된다. 즉, 단독주택의 마당에서 넘어진 사고는 사적 영역으로 보아 통상의 출퇴근 재해로 불인정 된다. 따라서 다쳐도 대문은 나와서 다쳐야 한다.
“대문에서 나와서 다쳤어요. 대문에서 밖으로 이어진 계단에서요.” 재해자는 대문과 연결된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우측 어깨가 파열됐다고 하였다. 나는 생각했다. ‘어렵겠구나.’
대문을 열고 나왔으니 계단부터는 출퇴근 경로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 또한 사적 영역으로 판단한다. 나도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문”은 “출퇴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아닌가.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대문을 열며 “회사 잘 다녀올게.”라고 우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문을 넘어 계단을 내려가며 말씀하시진 않았다) 하지만, 계단 또한 개인이 소유 또는 점유하는 구역은 맞으니까 사적 영역으로 보는 게 맞겠지. 아쉽지만 재해자에게 어렵다고 말씀드리며 쾌유를 바랐다.
나의 머릿속을 맴돌며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 주제는 이후 시작됐다.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어깨가 아스팔트 바닥에 닿아 다쳤다면 출퇴근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수십개의 판례를 뒤져보아도 그 쟁점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주거의 경계(境界) 어디서 다친 걸까. 주거 안에서 다친 건가. 주거 밖에서 다친 건가. 이런 걸 유식하게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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