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디지털 발자국과 형벌의 괴리, 아동성착취물소지죄의 기계적 엄단과 실무적 맹점
장영돈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5-24 11:00:08
[매일안전신문] 최근 사법부에서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영역은 단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다. 일탈적 호기심으로 치부되던 행위들은 대대적인 입법 개정을 거치며 이제는 초범이라도 실형 가능성을 진중하게 따져야 하는 중범죄로 재정의되었다. 대법원 양형기준 역시 구속 수사와 실형 선고를 원칙으로 상향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법적 관용의 실종 이면에는 디지털 매체의 복잡한 유통 경로와 기술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행위자의 구체적 고의 성립 여부를 두고 수사 기관과 피의자 간의 극심한 법리적 괴리가 발생하는 실무적 맹점이 존재한다.
재판부가 아동성착취물소지죄의 성립을 판단할 때에는 행위자가 해당 영상물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었는지, 이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두려는 ‘소지의 고의’가 명백했는지를 살펴본다. 단순히 링크를 클릭해 스트리밍으로 시청한 행위와 이를 기기에 다운로드하여 소지한 행위를 엄격히 구분하면서도, 클라우드 자동 동기화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의 자동 저장(캐시 파일 생성) 기능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기기에 저장된 경우에 대해서는 고의의 유무를 다각도로 검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즉, 파일이 저장 장치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유죄를 단정할 수 없으며, 다운로드 경로, 파일명의 인지 상태, 인지 후의 삭제 조치 등 전후 사정을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무에서는 수사 기관이 제시하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물의 압박 속에서 피의자가 자신의 ‘무고한 주관적 상태’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중요하다. 수사 기관은 방어권 보장보다 사회적 해악 근절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로 인해 피의자가 고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입증 책임의 사실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대다수 사건은 피의자가 유통 플랫폼의 허위 광고나 낚시성 링크에 속아 파일을 다운로드했다가 아동성착취물임을 인지하고 즉시 삭제했음에도, 추후 압수수색을 통한 포렌식 과정에서 복구된 잔재 파일로 인해 덜미가 잡히는 형태로 전개된다.
이때 수사 기관은 삭제 사실보다 ‘한때 기기에 저장되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 형사 책임을 추궁하곤 한다. 기술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없이 억울함만 호소할 경우, 자칫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 양형에서 극도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증거의 수집 과정에 위법이 없었는지 파악하는 치밀함이 요구된다. 압수수색 영장의 범위를 벗어난 별건 데이터의 추출은 없는지, 포렌식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었는지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변론의 출발점이다.
아동성착취물소지 혐의 피의자 대다수가 수사관의 압박에 위축되어, 자신이 인지하지 못했던 시점의 저장 행위까지 모두 고의였던 것처럼 자백해 버리는 실수를 범한다. 무죄나 기소유예를 이끌어내는 핵심은 포렌식 리포트상에 나타난 파일의 생성 및 삭제 시간, 메신저 대화 맥락과의 연계성을 분석하여 '소지의 의사가 없었음'을 타임라인별로 실증하는 것이다. 기술적 사실관계를 법리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정교한 변론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로엘 법무법인 장영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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