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구 변호사의 사건파일⑬] ‘임차한 상가에서 화재발생’...연소피해자들, 건물 임대인· 임차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김동구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5-06-13 14:39:41
매년 국내에서 약 4만 건의 화재가 발생한다. 화재는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원인과 책임소재를 놓고 복잡한 분쟁이 발생하기 일쑤다. 사후처리가 복잡하다.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화재 책임을 둘러싼 공방과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게 된다. 지난 20여년간 화재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해 온 김동구 변호사와 함께 화재소송 사례를 분석하고 일반인이 알아둬야 할 현명한 대응책 등을 알아보는 장기기획물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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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소재 상가 건물에서 2022년 11월 17일 화재가 발생하였다. 화재가 발생한 지역은 제천시 구도심으로, 이격거리가 거의 확보되지 않은 채 붙어있던 인근 건물에 빠르게 연소·확산되었다. 연소피해자 3명은 화재발생 건물의 임대인(A)과 임차인(B)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임차인 B도 임대인 A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및 보증금반환 소송을 제기하였다.
임차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손해배상책임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쟁은 필수적으로 발생하고, 연소피해자에 대하여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자주 다투어진다. 여기에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라면,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손해배상책임 주체로 판단되는 자에게 구상금 청구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 화재는 한 건이지만, 소송은 여러 건으로 늘어날 수 있다.
임차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최초 발화지점이 어디인지, 발화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손해배상책임 부담주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소방의 화재현장조사서, 경찰의 현장감식결과보고서, 국과수 감정서 등 국가화재조사기관의 화재조사 결과 보고서와 현장 CCTV, 사진, 관계자 진술 등을 입수하여 최초 발화지점과 발화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화재가 임차인 B가 전열기구를 사용하거나, 전기배선 등을 소홀히 관리하여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임대인 A의 지배·관리영역인 배전반 및 연결 전기배선의 하자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에 따라 손해배상책임 부담 주체가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모든 자료들을 분석하여 우선적으로 최초 발화지점이 어딘지 파악하였고, 최초 발화지점에서 어떤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하였는지를 분석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증명하였다.
2025. 4. 9. 두 소송의 판결이 같은 날 선고되었다. 두 건의 소송 모두 필자가 소송 대리한 임차인 B가 승소하였다. 아래에서 당사자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을 소개하고자 한다.
◆ 사건개요
제천시 소재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상가건물 및 인근 네 채의 건물이 불에 탐. 인근 네 채 건물의 소유자(연소피해자)들은 화재 발생 건물의 임대인 A와 임차인 B 모두에게 화재 발생 및 확산 책임이 있다며 임대인 A와 임차인 B를 공동피고로 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임차인 B는 임대인 A의 지배·관리 영역 내의 하자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며 임대인 A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제 1 사건
원고 : 연소피해자 3인
피고 : A(화재 발생건물 임대인), B(화재 발생건물 임차인)
화재발생 : 2022. 11. 17. ⇒ 소장접수 : 2023. 2. 14. ⇒ 판결선고 : 2025. 4. 9.
제 2 사건
원고 : B(화재 발생건물 임차인)
피고 : A(화재 발생건물 임대인)
화재발생 : 2022. 11. 17. ⇒ 소장접수 : 2023. 7. 4. ⇒ 판결선고 : 2025. 4. 9.
◆ 당사자 주장(제1사건을 중심으로)
원고 연소피해자 3인 = 이 사건 건물은 건축 후 50년이 경과된 판넬로 만들어진 가건물로, 가연성이 높은 소재로 되어 있음에도 소방시설 등 화재의 발생이나 확산에 대하여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전기안전점검을 받은 사실이 없고, 배전반 주변에 폐자재를 치우거나 천장을 보수하는 등으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건물이 점유자 임차인은 민법 제758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건물의 소유자인 임대인은 민법 제750조 또는 민법 제758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공동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A(임대인) = 피고 B 임차인이 화재발생 건물을 오랜 기간 임차하였고, 누전차단기를 교체하기도 하였으며, 배전반은 매립되어 있지 않고 벽면에 노출되어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배전반 및 배전반에 연결된 전기배선의 점유자는 임차인 B이다. 또한 배전반 및 배전반 연결 전기배선의 하자로 인하여 화재 발생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고, 오히려 임차인의 잘못된 전기기구 사용으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것이므로 임차인 B에게 책임이 있다.
피고 B(임차인) [법무법인(유한) 금성 화재전문변호사 김동구 팀] = 건물을 타인에게 임대한 소유자가 건물을 적법하게 유지·관리할 의무를 위반하여 임대목적물에 필요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설치·보존상 하자가 생기고 그 하자로 임차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건물의 소유자 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공작물책임과 수선의무 불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 임차인 B는 2019. 1. 9. 임대인 A와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2022. 11. 17.까지 약 3년 10개월 정도밖에 건물을 임차하지 않았고, 임차인 B가 배전반 및 그 연결 전기배선을 교체하거나 새로 설치한 사실이 없으며, 누전차단기가 탄화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자 임대인 A를 대신하여 자비를 들여 누전차단기를 교체하였을 뿐이다.
소방의 화재현장조사서상 배전반의 전기배선에서는 용융흔이 확인되고, 배전반이 설치된 벽면을 고정하는 바닥면 목재가 완전 탄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전반 전기배선 및 배전반 고정 목재에서는 화재 흔적이 명확히 식별된다. 화재 조사결과 및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이 사건 화재는 임대인 A의 지배·관리영역인 배전반 및 그에 연결된 전기배선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다.
◆ 제1심 법원 판결 내용
가. 이 사건 화재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것인지 여부(긍정)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건물의 배전반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사건 건물은 건축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것으로서 소화장비 등이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고 연소가 쉽고 급격히 확대되는 샌드위치 패널로 건축되어 화재에 매우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는 바,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이 사건 화재의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며 보면,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 사건 화재 당시 이 사건 건물은 사회통념상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갖추어져 있지 않는 상태였고, 그 하자가 이 사건 화재의 확대에 기여하여 이 사건 화재의 공동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는 건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 B(임차인)에 대한 청구 판단(기각)
① 이 사건 화재는 건물의 배전반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통상적으로 전기배선은 이 사건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부분으로서 이는 임대인측이 지배·관리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점(전기배선이 벽체에 매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그 지배·관리자가 변경된다고 보이지 않는다), ② 임차인이 임차한 2019년 이전에는 임대인측이 직접 이 사건 건물을 점유.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임차인이 2021년경 차단기를 교체한 이외에 직접 전기배선을 하였거나 전기배선에 문제가 있어 특별히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③ 임차인이 전기안전점검을 받은 사실이 없고, 배전반 주변에 폐자재를 치우지 않았더라도 화재 예방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임차인으로서 임차한 용도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목적물을 사용하고, 수동식 소화기를 구비해 둔 이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방호조치를 다하였다고 보이는 점, ④ 임차인에게 이 사건 건물 구조 자체에 내재한 위험성을 보완하거나 소유자에게 설치의무가 있는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등의 방호조치의무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건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는 소유자이자 임대인의 지배.관리영역에 존재하고, 임차인은 건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임차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의 공작물의 하자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었고, 임차인이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임차인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이 사건 화재는 임대인 소유인 이 사건 건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로 인하여 이 사건 화재가 확산되어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 B(임대인)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로서 민법 제 75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결 론(시사점)
최초 발화지점과 발화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면 임차건물 화재소송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다.
임차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화재가 임대인의 지배·관리영역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면 임대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임차인의 지배·관리영역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면 임차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임대인, 임차인 입장에서는 최초 발화지점이 자신의 지배영역이 아니라는 점, 발화원인이 자신이 관리하는 영역의 하자가 아니라는 점을 철저히 주장하고 증명해내야 한다. 연소피해자는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구의 지배·관리영역 하자로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내야만 한다. 최근 하급심 판결은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구의 관리영역의 하자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경우, 임차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연소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하더라도 연소피해자의 청구를 기각하는 경향이 있다. 누구의 지배·관리영역 하자로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에는 화재 연소·확산에 책임 있음을 주장·입증해야 한다.
임차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간 소송, 연소피해자와 임대인, 임차인 간 소송, 보험사와 임대인, 임차인 간 소송 등 많은 소송이 진행될 수 밖에 없으므로, 소송이 제기되기 전부터 최초 발화지점, 발화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 해야할 것이다.
◆ 김동구 변호사 프로필
-1962년 12월 5일생
-법무법인(유한) 금성 화재소송센터 화재전문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대학원 법학과 수료
(노동법 석사과정)
-한국화재조사학회 정회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전,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주요취급업무 - 화재, 건축 관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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