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객관적 자료의 한계를 넘는 직업력 인정의 필요성

홍사영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7-14 13:57:54

 

[매일안전신문] 업무 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이라고 한다. 시끄러운 작업 환경에서 근무한 뒤에 발병한 난청, 유해한 호흡성 분진을 유발하는 작업을 수행한 뒤 얻게 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장기간 용접 작업을 한 작업자에게 발생한 폐암, 무릎에 부담이 되는 자세로 작업을 한 뒤 얻게 된 무릎 관절염 등은 업무상 질병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은 업무상 질병은 유해 요인에 누적적으로 노출된 결과 발생하는 것이어서, 일정기간 이상 유해 요인에 노출될 것을 요구한다.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3년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어야 하고,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경우에는 20년 이상의 분진 노출이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 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과거 직업력에 대한 재해자 본인의 진술과 함께 그 진술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국민연금 가입자 가입증명, 소득금액증명, 고용보험 자격이력내역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와 같은 4대 보험 자료를 제출하고, 이외에도 재해자 본인이 근무하였던 사업장에서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서 재해자가 주장하는 직업력이 모두 입증되거나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 수준의 근무 기간이 입증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1970~1980년대 또는 그 이전의 과거 근무 사실은 4대 보험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일용직으로만 근무하였던 재해자라면 객관적인 자료 자체를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다. 또한 근무하였던 사업장이 폐업하였다면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을 수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재해자 본인은 30년 이상 근무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10년 미만의 기간만 인정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경우 재해자가 주장하는 직업력을 모두 부인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한 재해자는 1980년부터 형틀목공으로 일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객관적인 자료에서는 2001년부터 2022년까지 근무기간만 확인되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1993년경 목공으로 근무하다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요양하였던 이력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재해자의 주장과 같이 1980년경, 또는 적어도 1993년경 이래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5. 2. 12. 선고 2024구단64898 판결). 재해자가 주장하는 전체 직업력 중 일부만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확인된 업무 이력과 재해자의 주장이 상당 부분 일치하여 정황상 재해자의 주장을 신뢰할 만하다면, 재해자의 주장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본질은 근로자 보호에 있다. 열심히 일만 하다가 병을 얻게 된 재해자에게 사실상 확보가 불가능한 자료들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취지에 걸맞은 적극적인 직업력 인정이 절실하다.

/ 법무법인 더보상 홍사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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