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코인사기 재판의 '투자' 대 '기망' 경계선,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유죄를 선고하는가
주혜진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5-27 10:00:51
[매일안전신문] 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맞물려 가상자산(코인)을 매개로 한 금융 범죄가 고도화되고 있다. 대검찰청의 가상자산 범죄 단속 현황과 사법연감 추이를 보면, 가상자산 관련 사기 사건은 조직적·지능적 형태로 급증하는 추세다. 초기 코인사기가 원금 보장을 내세운 고전적 유사수신 형태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자체 메인넷 개발, 가짜 거래소 상장, 인플루언서를 동원한 리딩방 운영 등 정교한 외형을 갖추고 진행된다. 이에 사법당국도 무등록 가상자산 유통 및 시세조종 행위에 엄벌주의 기조를 명확히 하며 수사 초기부터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가상자산 범죄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은 해당 행위가 단순한 투자 실패인지, 처음부터 의도된 기망행위인지 여부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적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처분행위, 재산상 이득 취득이라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 피고인들은 대개 "실제 사업을 추진했으나 시장 악화로 실패한 투자일 뿐"이라며 기망의 고의를 부인하지만, 재판부는 외형적 사업 추진 시늉만으로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백서에 명시된 기술의 실현 가능성, 투자금의 실제 사용처, 상장 가능성의 객관적 근거다.
만약 발행사나 리딩방 운영진이 홍보한 핵심 기술이 허구이거나, 모집 투자금을 코인 생태계 조성이 아닌 개인 채무 변제, 유흥비, 기존 투자자에 대한 수당 지급 등 '폰지사기' 형태로 사용했다면 법원은 예외 없이 기망의 고의를 인정한다. 결국 유죄 판결의 성패는 수사 단계에서 확보된 디지털 포렌식 자료, 자금 추적 결과, 투자 유치 당시 설명회 녹취록 등 객관적 데이터에 달려 있다. 화려한 마케팅 이면에 숨겨진 자금의 실질적 흐름을 추적해 법원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다단계 조직을 이용한 코인사기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되어 편취액 5억 원 이상일 때 무거운 징역형이 선고된다. 대법원은 불특정 다수에게 원금 이상의 수익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한 행위에 대해, 일부 수익금을 지급했더라도 이는 기망 유지 수단에 불과하므로 편취 총액을 기준으로 형량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코인사기 사건의 초기 골든타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판결의 향방을 완전히 가른다.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과 복잡한 거래소 흐름을 법리적으로 파악해 재판부에 전달해야 한다.
판사는 외형적 문서가 아닌 자금의 실제 흐름에 집중한다. 많은 피고인이 백서나 상장 계약서를 내밀며 무죄를 주장하지만, 법관은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계좌 추적 내역을 통해 투자금이 실제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들여다본다. 따라서 기망의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려면 '억울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투자 유치 당시 기술 개발진의 실체, 구체적 자금 집행 내역서, 시장 변동성으로 상장이 좌절된 객관적 경위를 타임라인별로 입증해야 한다. 수사기관과 재판부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유죄의 성립 요건을 조각할 실증적 증거를 전략적으로 제출하는 것만이 가상자산 범죄라는 복잡한 구도 속에서 법률적 권리를 지켜내는 방법이다.
/로엘 법무법인 주혜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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