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판단 전 ‘위법 기업’ 낙인...공정위 사전공개 관행 도마
이정자 기자
safe8583@daum.net | 2026-07-14 13:41:30
[매일안전신문=이정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심의하는 전원회의 개최 이전에 심사보고서 발송 사실과 주요 혐의를 공개하는 관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에 기업의 평판이 훼손될 수 있어 방어권과 무죄추정 원칙을 보다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SM그룹 소속 6개 계열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하는 문서로,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성격을 가진다. 이번 보고서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관련 법인 및 개인에 대한 검찰 고발 의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SMAMC투자대부와 삼환기업이 특정 계열사에 개발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일부 계열사가 특수관계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의 의견일 뿐이며, 향후 전원회의에서 내려질 최종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공정위의 판단과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SM그룹은 문제가 된 개발사업은 여러 차례 사업이 무산되면서 성공 가능성이 낮았던 프로젝트였으며, 장기간 방치됐던 부지를 개발해 지역 환경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열사 간 자금 거래 역시 사전 법률 검토를 거쳐 금융기관이 산정한 정상 금리를 적용한 거래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하여 재계에서는 전원회의 개최 이전에 혐의 내용이 공개되면 최종 결론과 관계없이 기업이 사회적으로 '위법 기업'이라는 인식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심사보고서 공개 과정에서 "최종 판단이 아니다"라고 밝히더라도 구체적인 혐의와 제재 의견이 먼저 알려질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반론 기회를 갖기 전에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은 SM그룹 사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산업용 윤활유 담합 사건을 비롯해 명륜진사갈비 가맹사업 관련 사건, 포스코이앤씨 등 건설사 부당 특약 의혹 사건 등에서도 심사보고서 발송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또한, 공정위 제재가 이후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도 적지 않다.
SPC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사건은 공정위가 2020년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2024년 대법원에서 처분이 전액 취소됐다. 또 2019년 현대모비스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사건 역시 행정소송 끝에 공정위가 패소했다.
다만 당시 제재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는 현재도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 최종 판결 이후에도 기업의 평판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소송 결과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공정위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한 행정소송의 완전 승소율은 약 82%였으며, 일부 취소를 포함한 패소 사례는 약 18%에 달했다. 또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법원 판결 등에 따라 기업에 반환된 과징금은 5511억원, 환급가산금은 444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제재가 법원에서 취소되더라도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담당 심사관은 이미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기업의 방어권 및 평판권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보다 균형 있는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심사보고서 공개 시기와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최종 판단 이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평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