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공포’ 일산화탄소, 발생 원리부터 예방까지

이유림 기자

leeyr23@naver.com | 2022-10-14 16:57:25

▲ 지난 9일 오후 5시께 전북 무주군 무풍면의 한 주택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사진은 당시 기름보일러가 설치된 주택의 모습. (사진, 전북소방본부 제공)

[매일안전신문=이유림 기자] 최근 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 중독사가 잇따라 발생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본지는 일산화탄소가 어떻게 발생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9일 경북 포항과 전북 무주에서는 각각 가스보일러 및 기름보일러에서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투숙객과 일가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불완전연소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극소량도 위험해

일산화탄소(CO)는 산소가 부족하거나 저온의 환경에서 연료가 불완전연소할 때 나오는 무색·무취·무미 가스다. 불완전연소란 산소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질이 타는 현상을 의미한다.

혈액 내 존재하는 헤모글로빈은 일산화탄소와의 친밀성이 산소보다 200배 더 강한 성질을 갖고 있어 일산화탄소가 극소량만 존재해도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체내로 흡입된 일산화탄소는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COHb)을 생성하는데 COHb는 체내 산소량을 감소시켜 조직의 저산소증을 유발한다.

일산화탄소 중독 시에는 COHb 수치에 따라 30% 미만인 경우 경미한 두통, 현기증, 피로, 권태감, 흉통,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30~40% 사이에는 심한 두통, 혼란, 빠른 심박수가 발생하게 된다.

COHb 수치가 40% 이상일 때는 피부가 진홍색으로 변하고 저혈압, 모세혈관 혈액순환 불량, 무의식, 실신, 발작, 경련, 심폐 기능 부전을 일으키게 되며 심한 경우 혼수 및 심정지에서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에 따라서도 증상이 다르다.

일산화탄소는 대기중 200ppm만 존재해도 2~3시간 내 두통이 찾아오게 된다. 즉, 공기 중 0.02%만 일산화탄소가 차지하더라도 신체 이상을 호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800ppm에서는 45분 만에 두통 및 현기증을 느끼게 되며 12시간 만에 의식불명이 찾아온다. 그 두 배 농도인 1600pm에서는 사망의 위험이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시간으로 급격히 단축되며 2000ppm 이상에서는 본격적으로 생명에 지장을 주게 된다. 12800ppm에서는 단 1분만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혈중 포화도로 보면 55~57% 수준 만으로도 전신 마비와 신경세포 사멸이 시작될 수 있을 정도의 위험성을 지녔다.

혈중 포화도란 혈액 내 특정 성분의 양으로, 혈액 안에 일산화탄소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100이라고 했을 때, 그 절반 정도만 채워져도 전신 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혈중 포화도가 60%를 넘어가면 산소부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 ‘연통 및 배관 점검→환기’ 통해 중독 예방

얼마전 전북 일가족 사망 사고와 포항 투숙객 사망 사고도 이같은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것으로 추정돼 환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에 보일러를 사용률이 늘고 있는 가운데 가스보일러의 LNG와 LPG는 불완전연소 시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지난 9일 정오께 경북 포항의 한 모텔 투숙객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객실 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800~1000ppm으로 측정됐다.

경찰은 모텔 외벽에 설치된 가스보일러 배관에서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왔고, 방 천장 구멍을 통해 실내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모텔은 1995년에 지어진 건물로 보일러실에 경보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멀리 떨어진 5층에서 일어난 누출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름보일러 역시 연통 등에서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와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전북 무주의 한 주택에서는 일가족 5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합동 현장 감식 결과 주택 내부에 설치된 기름보일러와 연통 사이 벌어진 틈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은 병력, 증상, 진찰 소견을 참고하고 동맥혈 일산화탄소의 혈중 농도 검사를 통해 가능하다.

중독 환자 발생 시에는 신선한 공기가 필요한 만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거나 장소로 이동해야 하며 의복을 느슨하게 풀어 호흡을 돕고 담요 등으로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만약 의식을 잃은 상태라면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 확보 후 즉시 구급대원에게 연락해야 한다. 숨을 쉬지 않을 땐 산소치료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인공호흡, 중증환자는 고압산소치료시설이 있는 의료기관으로 즉시 이송하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액 내 일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산소를 투여하는 것이다.

때문에 예방에 있어서도 신선한 공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환기가 중요한다.

특히 가스보일러는 실외에 설치하고 보일러 배관, 실내 화목난로, 가스레인지 등에 균열 및 파손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고 환기를 해야 한다.

기름보일러 역시 보일러와 홈통 연결 부위에 금이 갔을 시 실리콘 작업 등을 통해 보수해야 한다. 환기구가 있다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환기구가 있어도 배기가스가 유입되거나 신선한 공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으면 유해가스를 흡입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적절한 환기가 필요하다.

◆ 일산화탄소 경보기, 층별 천장 설치 권장...사각지대 지적

펜션 등 외부시설에서는 집주인에게 시설 사용법을 물어보고 가스보일러 연통 및 환기구를 점검하도록 부탁하도록 한다. 숙박업소를 예약할 때는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돼 있는지, 난로를 피우는 캠핑장 등에서도 대여가 되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일산화탄소가 감지되면 경보음을 울려 위험을 알려주는 장치로 피해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급적 사람이 활동하는 모든 공간에, 다층 주택에서는 각 층에 설치하도록 권장되며 커튼이나 가구 등 장애물의 방해가 없는 위치에 설치해야 한다. 영하 10도 이하, 영상 40도 이상인 장소는 피하고 먼저나 기름기가 너무 많은 장소 역시 설치가 금지된다.

특히 일산화탄소는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로 천장에 설치해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이때 ▲벽에서 최소 30cm 떨어진 위치 ▲창문이나 문보다 높은 위치 ▲바닥 높이에서 최소 1.8m 이상 ▲모든 연료 연소 기구에서 2.5m 이상 떨어진 곳 등이 올바른 설치 장소다.

경보기가 울리면 우선 창문 및 문을 개방하고 일산화탄소 발생원 전원을 차단하고 이 경우에도 경보기가 지속 작동하면 외부로 대피해야 한다. 추후 일산화탄소 발생 기기 점검도 필수다.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부칙 제4조(가스사용시설의 시설기준에 관한 경과조치)에서는 가스보일러를 건물 내에 설치한 경우 주변이나 적절한 장소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부칙 제3조(위생관리기준 등에 관한 경과조치)에 따르면 객실 주변에 호실별 또는 동별 난방을 위한 개별 난방설비 설치 시 개별 난방설비 주변 또는 객실 내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해야 한다.


한편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는 숙박업소, 글램핑장, 야영시설, 가스보일러를 새로 설치하는 일반주택 등에 한해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의무를 두고 있어 기름보일러나 노후 주택에 대해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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