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구 변호사의 사건파일 ㉑] 전기화재 책임분계점 다툼...한전 책임 인정된 방배동 빌딩 화재사건

김동구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5-20 13:04:02

매년 국내에서 약 4만 건의 화재가 발생한다. 화재는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원인과 책임소재를 놓고 복잡한 분쟁이 발생하기 일쑤다. 사후처리가 복잡하다.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화재 책임을 둘러싼 공방과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게 된다. 지난 20여년간 화재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해 온 김동구 변호사와 함께 화재소송 사례를 분석하고 일반인이 알아둬야 할 현명한 대응책 등을 알아보는 장기기획물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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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화재 사건에서는 흔히 ‘누가 관리해야 하는 전선이었는가’가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한다. 화재 원인이 전기적 요인으로 확인되더라도, 실제로 그 전선의 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는지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의 전선과 건물 소유자의 전선이 연결되는 책임분계점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발화지점이 한전의 관리 영역인지, 아니면 수용가의 관리 영역인지에 따라 책임 귀속이 첨예하게 갈리게 된다.

최근 서울 방배동 소재 빌딩 화재 사건에서도 바로 이러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 책임분계점이란 무엇인가

전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뒤 송전선과 배전설비를 거쳐 각 건물과 가정으로 공급된다. 일반적으로 전봇대에서 건물로 연결되는 전선을 ‘인입전선’이라고 하며, 한전의 전선과 건물 내부 전기설비가 연결되는 지점을 ‘수급지점’ 또는 ‘책임분계점’이라고 한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 제52조는 “고객과 한전 간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 및 유지보수의 책임 한계는 수급지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책임분계점을 기준으로 전원 측은 한전이, 고객 측은 수용가가 각각 관리 책임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 방배동 빌딩 화재 사건
<사건 개요>
원고 : 빌딩 소유자(의뢰인)
피고 : 한국전력공사
화재발생 : 2021년 7월 19일 서울 방배동 소재 빌딩
판결선고 : 2026년 3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심(원고 승소)

2021년 7월 서울 방배동 소재 빌딩 외벽 내측에 설치된 전선 접속부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빌딩 건물 일부가 소훼되었고, 인근 91세대의 전자제품까지 훼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건의 특징은 책임분계점 부근 구조가 일반적인 형태와 달랐다는 점이다. 현장에는 한전 전신주에서 건물로 들어오는 인입전선뿐 아니라, 인근 세대로 연결되는 인출전선이 함께 결선되어 있었다. 즉, 책임분계점 부근에 한전이 관리하는 전선과 건물 측 전선이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소방은 화재현장조사서에서 “건물 외벽 내측에 설치된 한전 전선 접속지점 주변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발화지점을 외벽 내측 전선 접속부 주변으로 판단하였다.

다만 소방과 국과수 모두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느 전선에서 최초 단락이 발생했는지까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결국 소송에서는 화재가 인입전선에서 시작되었는지, 인출전선에서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건물 내부로 연결되는 빌딩전선에서 시작되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만약 한전이 관리하는 인입전선이나 인출전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한전 책임이 문제될 수 있고, 반대로 건물 측 빌딩전선에서 화재가 시작되었다면 수용가 측 책임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전문심리위원 의견과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는 전문심리위원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문심리위원은 화재조사 자료와 현장 사진 등을 분석한 뒤, 발화지점은 외벽 내측 분기함 내부 접속부이며, 발화원인은 인입전선 중성선(N선)의 전기적 요인이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전문심리위원은 해당 설비가 한전의 관리 영역에 속한다고 명확히 의견을 제시하였다.

제1심 법원 역시 소방의 화재현장조사서, 국과수 감정서 및 사실조회 회신, 전문심리위원 의견 등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화재가 빌딩 외벽 내측 접속함(분기함)에서 발생하였고, 전선 과부하, 중성선 과전류, 전선 노후화 등에 따른 발열 및 절연성능 저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분기함 내부 인입전선과 인출전선은 한전의 관리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전기설비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결국 법원은 민법 제758조 공작물책임에 따라 한전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한전이 제기한 반소 청구 역시 모두 기각하였다.

◆ 시사점

전기화재 사건에서는 단순히 “전기가 원인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어느 전선에서 발화가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해당 전선의 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책임분계점 부근은 한전 설비와 수용가 설비가 만나는 지점인 만큼, 구조가 복잡한 경우 발화지점을 특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번 사건 역시 국과수 사실조회, 전문심리위원 절차 등을 거치면서 약 3년 9개월 이상 장기간 소송이 진행되었다.

또한 이번 사건은 화재소송에서 전문심리위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소방이나 국과수도 특정하지 못한 발화 전선을 전문심리위원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특정하면서, 최종적인 책임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전기화재는 전기설비 구조, 책임분계점, 전기공급약관, 화재감정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함께 검토되어야 하는 분야다. 따라서 화재 발생 초기부터 관련 자료를 신속히 확보하고, 전문적인 법률적·기술적 검토를 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김동구 변호사


◆ 김동구 변호사 프로필
-1962년 12월 5일생
-법무법인(유한) 금성 화재소송센터 화재전문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대학원 법학과 수료
(노동법 석사과정)
-한국화재조사학회 정회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전,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주요취급업무 - 화재, 건축 관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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