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보상금 없는 경업금지약정서, 법원에선 '휴짓조각'이다

손익곤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10-15 09:00:49

 

[매일안전신문] 스타트업과 기술 중심 중소기업에서 가장 뼈아픈 타격은 핵심 개발자나 영업 총괄 임원이 동종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바로 옆에 유사 법인을 차리는 순간이다. 기업들은 대개 입사 시 받아둔 ‘경업금지약정서(전직금지약정서)’를 믿고 안도한다.

단언컨대, 법정에 올라간 경업금지약정서의 8할 이상은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기각된다.

헌법 제15조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법원은 근로자나 임원의 생계 수단을 제한하는 경업금지약정을 원칙적으로 매우 엄격하고 좁게 해석한다. 대법원(2010. 3. 11. 선고2009다82244 판결)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②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③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④ 대가의 제공 유무, ⑤ 퇴직 경위, ⑥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여기서 대다수 중소기업이 간과하는 치명적인 구멍이 바로 ‘대가의 제공 유무’이다. 많은 회사가 연봉 계약을 체결하며 형식적으로 경업금지 조항에 서명만 받는다. 퇴직 후 동종 업계 취업을 1~2년간 금지하면서도, 그 제한 기간 동안 근로자의 생계를 보전해 줄 별도의 ‘보상금(경업금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대가 제공 여부는 종합 고려요소 중 하나이므로 대가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가 없이 형식적으로 서명만 받은 약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평가되기 쉽고, 이 경우 법원은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를 선언하거나 제한 기간을 대폭 축소한다.

뒤늦게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봐야, 회사가 주장하는 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진 기술 수준이거나 별도 보상이 없었다면 신청은 각하되거나 기각된다. 회사는 핵심 인력과 기술을 모두 뺏긴 채 막대한 소송 비용만 치르게 된다.

핵심 인재의 이탈을 법적으로 봉쇄하려면 계약 구조부터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모든 직원이 아닌 핵심 기술 및 영업망에 접근하는 '특정 대상자'로 한정하여 타깃형 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것이 좋다.

둘째, 제한 기간(통상6개월~1년 이내), 대상 지역, 경쟁사 범위를 실질적으로 특정해야 한다.

셋째, 가장 결정적으로, 재직 중 혹은 퇴직 후 경업금지 의무 이행에 상응하는 ‘명시적 보상금 지급 조항’을 설계해야 한다. 대가 지급 없는 약정서는 분쟁 시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한다.

사전 설계 없는 전직 금지는 사후 소송으로 절대 되돌릴 수 없다. 당장 비용부담이 되더라도,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명시적 보상금 지급 조항과 실 지급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인사이트 손익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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