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범위 빈곤·채무·고립까지 넓힌다…정부, 5년 계획안 공개
정신건강 중심에서 사회안전망으로 범위 확대…채무·돌봄부담 등 위험요인 대응
이상훈 기자
newssanjae12@naver.com | 2026-09-10 10:10:13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정부가 자살예방정책의 범위를 정신건강 영역에서 빈곤·채무·고립·돌봄부담 등 사회적 위험요인까지 넓히고,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찾아 지원하는 방향으로 향후 5년간 정책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10일 오전 10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6~2030)(안)’ 공청회를 열고 향후 자살예방정책의 주요 방향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안에는 범부처 책임성 강화와 사회안전망 확대, 정신건강 분야의 적극적인 개입·치료, 고위험군 선제 발굴 등이 핵심 방향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자살예방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올해 6월부터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교육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분야별 자살예방대책을 발표했다. 학생·청소년, 자살 긴급대응, 자살 장소 관리, 경제적 실패, 미디어·온라인, 고립·위기가족, 돌봄·간병 부담, 특수직군, 범죄피해자 회복지원 등이 분야별 과제에 포함됐다. 올해 6월부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제6차 기본계획 수립 연구도 진행했다.
현행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의 이행기간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다. 정부는 이를 2026~2030년을 대상으로 하는 제6차 계획으로 조기에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청회에서는 기존 계획이 법제화와 인력·인프라 확충 등의 기반은 마련했지만 범정부 계획임에도 실질적으로 단일 부처 중심으로 운영되고, 지원을 신청하지 않으면 정책 대상에 닿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한계가 제시됐다.
제5차 기본계획은 2023년 확정 당시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2021년 인구 10만명당 26.0명이었던 자살률을 2027년 18.2명까지 30% 낮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 5대 추진전략과 15대 핵심과제, 9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제6차 기본계획안은 기존 체계의 보완 방향으로 범부처 책임성 강화, 빈곤·채무 등을 포함한 사회안전망 영역으로의 정책 확대, 정신건강 분야의 적극적인 개입과 치료, 신청주의를 넘어선 고위험군 선제 발굴 등 4개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9대 추진전략도 마련됐다. 생명안전망 구축과 자살 고위험군 정신건강 치료 강화, 채무·빈곤·고립·돌봄부담 등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에 대한 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자살 수단·장소·미디어 관리 등 기존 예방정책도 고도화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적극적인 고위험군 관리와 대상별 맞춤형 예방전략을 마련하고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활용한 정책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확대하고 민관협력과 생명존중문화 조성도 추진전략에 포함됐다.
기본계획이 확정되면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연도별 시행계획과 연결된다. 현행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7조는 국가가 자살예방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자살예방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8조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시·도지사는 매년 기본계획에 따른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공청회에서는 최근 자살 관련 지표도 제시됐다. 2025년 자살사망자는 1만3900명으로 전년보다 972명, 6.5% 감소했으며 하루 평균 38.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2026년 1~5월 자살 동기 가운데 경제생활 문제의 비중은 26.4%로 2025년 29.8%보다 낮아졌다.
자살예방에 대한 국민 인식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은 노력하면 막을 수 있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은 2023년 61.7%에서 올해 73.2%로 상승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의 인지도는 69.3%, 자살예방센터 등의 인지도는 77.2%로 나타났다. 대부분 연령대에서는 자살 긴급대응체계를 시급한 개선과제로 꼽았으며, 청소년의 경우 미디어·온라인을 선택한 비율이 51.9%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관계부처와 검토해 기본계획안을 보완한 뒤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라며 “정부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때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살예방정책의 청사진이 되는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자살예방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살예방의 날인 이날 오후 2시에는 서울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2026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에 기여한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89점이 수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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