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337종 분석했더니…mRNA 안정성 높이는 ‘테일론’ 찾았다

PAP 효소 직접 끌어들여 짧아진 RNA 꼬리 연장하는 기전 확인

이상훈 기자

newssanjae12@naver.com | 2026-08-14 09:57:23

▲ 생쥐를 이용한 테일론 치료용 mRNA의 효과 검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바이러스 337종을 대규모 분석해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높이는 조절 요소를 발굴하고 새로운 RNA 안정화 기전을 규명했다. 새로 발견한 조절 요소 ‘Pt1’을 선형 mRNA에 적용한 결과 세포 내 수명이 약 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이 척추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297개 속 337종의 유전체를 분석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에 관여하는 조절 요소와 작동 원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안에서 자신의 RNA를 오래 유지하는 방식에 착안했다.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mRNA 끝에는 아데닌 염기가 연속적으로 연결된 ‘poly(A) 꼬리’가 존재한다. 이 꼬리가 짧아지면 mRNA가 쉽게 분해되는데 일부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RNA 조절 효소를 이용해 꼬리를 보호하면서 RNA의 수명을 유지한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를 통해 일부 바이러스에서 RNA 안정화 요소를 찾아 치료용 m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기존 연구는 일부 바이러스와 개별 조절 요소를 중심으로 진행돼 다양한 바이러스가 사용하는 RNA 조절 전략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분석 범위를 대폭 넓혔다.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337종의 유전체를 약 20만 개의 RNA 조각으로 나눠 합성한 뒤 각 서열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 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대량 병렬 분석 방식으로 조사했다. 연구 추가설명에 따르면 분석 대상에는 총 19만6천277개의 RNA 서열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기존에 알려진 TENT4 효소를 이용하는 RNA 조절 방식이 다양한 바이러스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TENT4를 활용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성을 높이는 조절 요소 23개를 찾아냈으며 이들 요소를 서열과 구조적 특징에 따라 최소 6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TENT4를 이용하지 않는 조절 요소도 확인했다. 이 가운데 뱀장어 피코르나바이러스의 유전체 말단 조절구간에서 발견한 ‘Pt1’은 기존 방식과 다른 작동 원리를 보였다. Pt1은 poly(A) 꼬리를 만드는 PAP 효소를 직접 끌어들여 짧아진 꼬리를 다시 연장했다. RNA 말단을 계속 보충하는 방식으로 mRNA의 분해를 늦추는 구조다.

 

연구팀은 숙주의 RNA 꼬리 조절 효소를 활용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높이는 바이러스 RNA 조절 요소를 ‘테일론(tailon)’으로 명명했다.

 

Pt1의 효과는 선형 mRNA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Pt1을 붙인 선형 mRNA의 poly(A) 꼬리는 아데닌 염기 60개에서 194개까지 늘어났다. 세포 내 반감기는 7.6시간에서 23.1시간으로 약 3배 증가해 원형 RNA 수준의 안정성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치료용 mRNA에 사용되는 변형염기인 N1-메틸수도유리딘을 적용한 조건에서도 발굴한 후보 서열의 활성이 유지되는지 추가로 확인했다. 실험 결과 후보 서열들은 해당 변형염기가 포함된 경우에도 활성을 유지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규모 분석 방법도 활용됐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원리의 스크리닝을 병행해 공통적으로 활성을 나타내는 서열을 선별한 뒤 개별 실험을 통해 다시 검증했다. Pt1의 경우 세포 내 단백질 제거 실험과 시험관 생화학 실험을 거쳐 PAP 단백질이 Pt1을 직접 인식하고 별도의 보조 인자 없이 poly(A) 꼬리를 연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이번에 발견한 테일론의 구체적인 작동 기전을 규명할 계획이다. 현재 발견된 여러 유형의 테일론 가운데 대부분은 어떤 단백질과 결합해 작동하는지 세부 기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테일론이 mRNA 치료제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도 추가 검증하고 희귀질환과 암 치료제 개발에 적용하는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RNA 조절 시스템을 이용하는 정교한 전략을 대규모로 밝혀낸 성과”라며 “발굴한 조절 요소들은 기존 mRNA 치료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약효 지속성을 대폭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분자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실장은 “첨단 바이오 연구 주도를 위해서는 결국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가 과학 경쟁력 강화와 인류 공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지의 원리를 규명하는 기초과학 연구를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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