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랜덤채팅성범죄, 익명이라는 착각과 증거 부재가 부르는 위기

이원화 변호사

peopelsafe@peoplesafe.kr | 2026-07-30 10:53:28

 

[매일안전신문]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은 가입 절차가 간소하고 별도의 인적 사항을 요구하지 않아 접근성이 매우 높다. 이로 인해 미성년자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용자가 가벼운 대화 상대를 찾기 위해 앱을 이용하지만, 이러한 익명성은 역설적으로 범죄의 온상이 되기 쉽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유도되는 불법 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통매음), 조건만남 제안,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등 다양한 양상의 랜덤채팅성범죄가 매일 같이 발생하고 있다. 피의자 대다수는 "상대방도 동의했다", "채팅 앱에서 일어난 가벼운 일탈일 뿐이다"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간과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법원과 수사기관은 랜덤채팅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감안해 오히려 한층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익명성에 기댄 범죄는 피해 범위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고, 피해자의 자율적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자기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적 표현을 전송했을 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만약 상대방이 미성년자였다면 처벌은 비할 바 없이 무거워진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적용되어 성착취 목적의 대화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성착취물 제작·유포나 성매매 유인으로 이어질 경우 초범이라 할지라도 구속 수사 및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랜덤채팅 성범죄는 단 하나의 혐의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화 과정에서 음란한 사진을 전송 받거나 요구하는 과정에서 카메라등이용촬영죄나 성착취물 소지·시청죄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져 신체 접촉이 발생하는 순간 강제추행이나 준강간 혐의까지 추가된다. 이처럼 여러 성범죄 혐의가 경합할 경우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법정형의 최장 1.5배까지 가중 처벌을 받는다.

랜덤채팅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치명적인 실수는 "채팅방을 나가면 증거가 사라진다"는 착각이다. 수사기관은 디지털 포렌식 및 서버 압수수색을 통해 닉네임, IP 주소, 기기 식별 번호(IMEI)를 추적하여 피의자의 신원을 순식간에 특정한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채팅방을 나가버려 피의자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 증거까지 함께 소실된다는 점이다. 당시 상대방이 먼저 성적인 대화를 유도했는지, 연령을 속였는지, 대화 맥락상 서로 합의된 상태였는지를 증명해 줄 전체 대화록이 사라진 채 고소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감정적인 해명만 되풀이하는 것은 수사기관에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여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랜덤채팅이지만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닉네임과 이모티콘 뒤에 숨어 처벌을 피할 수 없으므로 사건 초기부터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적 판단이 따라야 한다. 방심하거나 무작정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구속영장 청구나 중형 선고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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