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한양아파트 화재 원인은 벽체 내부 콘센트 트래킹

이상우 기자

maflo@kakao.com | 2026-10-02 10:52:03

▲ 지난 21일 오전 10시 27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매일안전신문=이상우 기자]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벽체 공간 내부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발생한 전기적 트래킹에 따른 것으로 소방당국 조사에서 확인됐다. 당초 화재 현장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목격된 로봇청소기 충전기와는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화재조사팀은 해당 호실의 발화 원인을 트래킹에 의한 단락으로 판단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화재감정연구센터가 벽체 내부에 설치된 노출형 콘센트를 분석한 결과 인입 및 접지 단자에서 트래킹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확인됐다. 전기적 요인으로 순간적인 고열이 발생하면서 단자가 녹은 흔적도 발견됐다. '트래킹(Tracking)'은 콘센트 등 전기부품 주변에 습기나 먼지 같은 이물질이 쌓이면서 절연물 표면을 따라 전류가 흘러 불이 붙는 현상이다.

발화 지점은 건축설비와 배관 등이 통과하는 벽체 내부 공간으로 조사됐다. 해당 세대는 인테리어 과정에서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기존 발코니에 있던 우수관과 전기배선 등을 가리기 위해 가벽을 설치했고 이 과정에서 폐쇄적인 공간이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 모뎀을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콘센트 역시 이 공간 안쪽에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당시 장맛비가 이어지면서 우수관 주변에 습기와 결로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벽체 내부에는 분진과 이물질이 존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조사팀은 이러한 환경이 콘센트 절연물 표면의 누설 전류를 발생시키고 트래킹으로 이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발화 지점이 벽체 내부에 있어 화재 초기 외부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점도 화재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팀은 벽체 내부에서 발생한 불이 발견되기 전까지 주변 구조물로 확대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화재 당시 최초 목격자는 주방에서 청소하던 중 이상한 소리를 듣고 안방으로 이동했고 로봇청소기 주변에서 불이 붙은 것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로봇청소기 충전기가 발화 원인으로 의심됐지만 정밀 조사 결과 전기적 특이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에서도 충전기의 내부 단자와 퓨즈를 비롯해 전원선, 통신선, 모터 등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조사팀은 이 같은 감정 결과와 함께 충전기 주변 목재 지지대보다 벽체 공간 쪽 지지대에서 연소흔이 더 강하게 나타난 점 등을 종합해 로봇청소기 발화 가능성을 배제했다.

한편 1978년 준공된 압구정 한양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21일 발생한 화재 당시 해당 세대 거주자가 집을 비운 상태였고 65세 경비원이 복도를 돌며 각 세대 현관문을 두드려 주민들의 대피를 유도하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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