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년에도 독립유공자 7,622명 훈장 미전수…후손 확인 갈수록 난항
이상훈 기자
newssanjae12@naver.com | 2026-08-15 08:59:01
[매일안전신문=이상훈 기자]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고도 후손이 확인되지 않아 건국훈장과 건국포장, 대통령표창 등을 전달하지 못한 독립유공자가 7천62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 이후 80년이 넘으면서 후손이 여러 세대로 이어지고 가족관계를 입증할 자료도 부족해져 훈장 전수가 장기화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국가보훈부 집계에 따르면 훈장이 전수되지 않은 독립유공자는 경기도가 547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충남 456명, 전북 412명, 경북 371명, 강원 347명, 전남 278명, 경남 246명, 서울 214명, 충북 183명, 제주 27명 등이다.
전체 미전수자 가운데 북측에 본적을 둔 독립유공자는 3천26명으로 39.7%를 차지하며 본적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도 1천479명으로 19.4%에 달한다. 이를 제외한 상당수는 남측에 본적이 확인되는데도 후손에게 훈장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후손 확인이 어려운 배경에는 독립운동 당시의 특수한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일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신분이나 활동 사실을 감춘 경우가 있었고 젊은 나이에 순국해 자녀를 남기지 못한 독립운동가도 적지 않았다. 가족에게 독립운동 사실이 전해지지 않거나 관련 기록이 남지 않은 경우도 후손 확인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확인 과정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후손 세대가 3∼5세대까지 내려간 데다 제적부나 가족관계 자료 등 연결 관계를 입증할 기록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남 영광군도 올해 지역 내 미전수 독립유공자 12명의 후손 찾기에 나서면서 제적부 확인의 어려움과 후손 고령화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일부 후손은 선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랜 기간 훈장이 전달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경기 장단군 일대에서 의병을 이끌었던 김수민 지사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지만 현재까지 후손이 확인되지 않아 훈장이 전수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장단과 개성 등지를 중심으로 의병을 이끌며 일본군과 교전한 인물로 공적이 확인돼 있다.
양주 출신 안경숙 지사도 올해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지만 훈장을 받을 후손이 확인되지 않은 사례다. 안 지사는 포천과 양주 일대에서 의병 활동을 벌이고 군자금을 모집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후손뿐 아니라 묘소 위치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미전수 훈장을 후손에게 전달하기 위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2007년 재외 독립유공자를 대상으로 후손 찾기를 시작했으며 2018년부터 역사와 족보, 가사법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독립유공자 후손확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후손 발굴 활동을 통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770건의 훈장이 후손에게 전달됐다.
지역 단위의 후손 찾기도 확대되고 있다. 영광군은 교육지원청과 경찰서, 보훈지청 등과 협력해 미전수 독립유공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후손 확인에 나섰다. 경남 양산에서는 올해 초 지역 독립유공자 6명의 미전수 훈장과 훈장증을 기념관에 전시해 유공자의 존재와 후손 찾기 사업을 알리는 방식도 도입됐다.
후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직접 확인을 신청하는 방법도 마련돼 있다.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에 공개된 후손 확인 대상자의 가족으로 추정될 경우 제적부와 족보 등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 후손 확인을 신청할 수 있다. 심사를 거쳐 후손으로 확인·등록되면 보관 중인 훈장이 전수된다.
미전수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독립운동사 연구자와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집중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개별 제보와 신청에만 의존하지 않고 별도의 조사 인력이나 한시적인 전담 조직을 구성해 미전수 독립유공자의 기록과 후손 관계를 체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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